백령면 '종로약국' 최영덕 약사
연고 없는 먼 섬에 들어와 운영
주민과 안부 물으며 '가족처럼'
"이젠 아파도 걱정 없어요."
인천 옹진군 백령면 진촌리 '종로약국'. 백령도 내 유일한 약국엔 쌀쌀해진 날씨로 감기 증상을 호소하며 약과 영양제 등을 찾는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최영덕(74) 약사는 올해 4월 이곳에 약국 문을 열었다. 그는 지난해 8월 말 서해 최북단 섬 백령도에서 20여 년 동안 운영되던 유일한 약국이 문을 닫아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소식에 연고도 없는 먼 섬까지 들어와 약국을 열었다. 옹진군은 '민간약국 운영비용 지원 조례'에 따라 최 약사의 개업을 도왔다.(4월17일자 6면 보도="약국 없는 곳 있다는 뉴스 접하고, 남은 생 섬 주민들과 함께할 결심")
지난 7일 종로약국에서 만난 주민 조재흠(65)씨는 "약국이 없을 때 흔한 감기약 하나 찾으려고 주민들이 겪은 불편함은 이루 다 설명하지 못한다. 약국이 다시 생겨 행복하고 이젠 아파도 걱정이 없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 약국은 백령도 스타일로 운영됩니다." 종로약국은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최 약사와 단골 주민들은 건강 등 근황을 주고받을 만큼 가까운 사이가 됐다. 최 약사는 "가족처럼 서로 안부를 묻곤 한다"면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약국을 열어줘서 고맙다며 농사지은 나물, 제철 꽃게, 김치도 가져다준다. 도시의 약국과는 다르게 가족적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그의 일상에도 변화가 생겼다. "공기 좋은 백령도에선 도시처럼 바쁘게 살지 않아서 좋다"는 최 약사는 약국 뒤 공터에 텃밭도 가꾸기 시작했다. 일상에 여유가 생겨 원래 쉬는 날인 일요일 오후에도 주민들을 위해 약국 문을 열고 있다.
섬 주민은 대부분 고령층이다. 그래서 약국을 찾아오는 손님들도 어르신이 많다. 무릎, 허리가 아플 때 먹는 관절약과 신경통약을 가장 많이 찾는다. 관광객들은 보통 멀미약을 구하러 온다.
백령도는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뱃길로 4~6시간 거리의 먼 섬이어서 도시와 달리 약국에 다양한 약품을 구비해 놓는 게 쉽지 않다.
최 약사는 "약국을 운영한 지 반 년이 넘은 이제야 어느 정도 필요한 약품들을 약장에 채워 놨다"며 "약국 규모가 작고, 물류비 부담도 있어 육지의 제약 도매 업체들이 거래를 안 하려고 한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어떤 약이 한번 떨어지면 한참 있다가 공급받을 수 있는 것도 어려운 점"이라고 했다.
"도시만큼 바쁘진 않지만, 사명감을 가지고 하는 일이라 보람이 크다"는 최영덕 약사는 "지금 약을 납품해주는 업체는 1곳뿐인데 앞으로 백령도에도 이런 업체들이 늘어 주민들에게 다양한 약을 제공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백령도/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