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후 잦아져
회사규칙 내 사유·절차·양정 열람
구체적 이유 확인 반론권 보장받고
억울해도 출석·해명에 성의 보여야
대응 어려울땐 주저말고 전문가 찾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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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수 노무사
별일 없이 순탄하게 회사 생활을 한다면 참 좋겠지만, 예기치 못한 일은 언제든 벌어질 수도 있다. 회사에서 징계위원회(또는 인사위원회)에 근로자를 회부하여 징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통보하면 당사자로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 특히 2019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후 제도가 활성화되어 사내의 갈등에서 시작해 징계위원회까지 번지는 일이 잦아졌다. 이런 경우 징계위원회 통보를 받은 근로자가 반드시 유념해야 할 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 번째, 회사의 인사규정(취업규칙)을 확인해야 한다. 징계는 사유, 절차, 양정(징계의 수위) 세 가지가 모두 정당해야 적법하다. 이 세 가지를 포함한 징계에 관한 내용은 회사별 취업규칙에서 정하고 있다. 많은 직장인이 평소 취업규칙의 존재를 잘 알지 못하지만, 회사의 상시 근로자가 10인 이상이라면 취업규칙을 정식으로 만들어 근로자가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어야 한다(없다면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회사에 비치되거나 그룹웨어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는 취업규칙을 확인하여 통보된 징계 사유 및 징계위원회 구성, 개최 일시 등이 회사 규정에 부합하는지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어떤 이유로 징계위원회가 열리는지 파악해야 한다. 회사는 근로자의 잘못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징계위원회에 회부하여야 하며, 통보한 사유에 대해 징계위원회에서 조사 및 판단하여야 한다. 또 근로자는 사전에 통보받은 징계 사유에 대해 나름대로 충분한 근거를 준비하여 반론권을 보장받아야 한다. 따라서 회사가 징계위원회를 개최하면서 근로자에게 어떤 이유로 조사하는지 전혀 알리지 않거나, 사실관계를 반박하기 어려울 정도로 두루뭉술하게 통보하면 절차상 위법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사건의 경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신고서 전문이나 소상한 진술을 피신고인(징계 당사자)에게 제공하지는 않는다. 그렇다 하더라도 문제가 발생한 시점과 언행 등 경위에 관한 최소한의 정보는 파악하여야 피신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할 수 있다. 이렇게 징계 사유를 파악한 후,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은 사실이 아니며 어떤 이유로 문제가 발생했는지 구체적으로 소명할 필요가 있다. 사실이 아닌 부분까지 징계위원회에서 뭉뚱그려 인정한 뒤 나중에 해당 진술을 뒤집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세 번째, 억울하더라도 해명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예기치 못하게 징계위원회를 통보받은 근로자는 억울한 나머지 징계위원회에 출석하지 않거나, 자세한 설명 없이 무조건 잘못이 없다고 주장만 하기도 한다. 진짜 징계 사유가 존재하여 조사를 받기도 하지만, 회사에서 '찍어내기'식으로 징계 사유를 만드는 일도 적지 않으니 그러한 반응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근로자 중에서는 '통보받은 징계 사유를 하나하나 반박하면 거꾸로 잘못을 인정하는 기분이 든다'라며 거부감을 표시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감정에 앞서 징계위원회 절차에 성의를 보이지 않는 행동은 결국 본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다른 일정이 없다면 최대한 징계위원회 심의에 참석하는 것이 좋고, 사전에 징계 사유에 대해 반박할 자료를 충분히 준비하여 조목조목 해명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그래야 당장의 무거운 징계를 피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향후 부당한 징계를 받게 되더라도 구제신청이나 법원 소송 절차에서 징계위원회 전반의 기록이 근로자에게 유리한 자료가 될 것이다.

네 번째, 애매하고 궁금할 땐 전문가의 도움을 받자. 한번 지나간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 사내 징계 절차에 재심을 규정하더라도, 재심에서 초심과 같은 주장을 한다면 징계가 취소되거나 약해지는 경우는 드물다. 결국 확정된 징계를 구제신청 등에서 다투려고 해도 노무사 등 전문가의 조력이 필요하다. 징계위원회를 대응하면서 어려움을 느끼거나 궁금한 점이 있을 때 전문가에게 묻는 것을 주저하지 말자. 기초적인 상담은 물론, 징계 사유를 해명하는 서면(경위서)을 법 기준에 맞게 제출할 수 있도록 전문가에게 위임하는 것도 가능하다.

/유은수 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