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집권 대비 제도·체계 유지토록
권한 남용 예방장치 '방어책' 마련
극단적 美우선주의 국제사회 걱정
'주한미군 철수' 등 또 불편할 수도
정부, 불안 요소 해소할 대책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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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광 콘테스타컨설팅 대표·한국조직문화연구소장
'트럼프 프루프(Trump-proof)'는 트럼프의 재집권에 대비해 미국의 제도와 체계가 흔들리지 않도록 대통령의 권한 남용을 방지할 장치를 입법이나 정책 등으로 '방어책'을 마련한다는 뜻이다. 미국 정계와 국제사회에서 트럼프의 당선이 몰고 올 외교 안보의 혼란 등 정권의 폭주를 막을 '방패정책'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 의하면 내년 11월 대선에서 트럼프가 다시 당선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나온다. 재집권과 동시에 국경을 차단하고 석유 시추를 확대해 사회보장 혜택을 누리게 해주겠다고 공언한다. 자신을 범죄혐의로 기소한 검사와 법무부, 연방 관료들을 보복하겠다는 등 현실적 위협을 가하고 있다. 게다가 현 정부의 동맹 복원 외교정책을 폐기하고 극단적인 미국 우선주의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전망에 국제사회가 걱정하고 있다.

명예훼손 혐의, 연방의회 난입사태 선동, 성관계 입막음 비용 사건, 백악관 기밀 유출 사건 등 수많은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트럼프의 인기가 날이 갈수록 오르고 있으니 이해하기 어려운 미국의 정치 현상이다. 최근의 여론조사에서도 공화당 내의 다른 대선 후보들을 앞지르는 기세이다. 트럼프는 당선되면 바이든 대통령이 도입한 IRA(인플레이션감축법)를 폐기할 계획임을 대선캠프 관계자를 통해 밝혔다. 이는 미국 본토에 72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한 한국기업들에게는 큰 타격이 될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집계에 의하면 IRA법이 통과된 8월 이후 외국 기업의 대미투자 1억달러 이상인 프로젝트는 유럽연합 19건, 일본 9건, 캐나다 5건, 대만 3건이지만 한국기업은 20건으로 그중 가장 많다. 물론 IRA의 폐기를 위해서는 의회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혼란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기후변화에 대해서도 회의론자인 트럼프는 바이든에 의해 복귀된 파리기후협정을 다시 탈퇴하고 청정에너지 투자를 줄여 화석연료 생산을 늘리는 방향으로 기후 에너지 정책을 전반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예측하고 있다.

트럼프 프루프를 살펴보자. 우선, 선거 측면에서 부정하게 선거인단을 구성하지 못하게 의회의 검증을 거치도록 작년 12월에 '대선 선거인단 개혁법'을 통과시켰다. 두번째로 과학분야에서 '과학보호법'을 발의하여 과학분야 자금 지원시에 과학적 근거에 따라 진행하여야 하며 정치적 간섭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명시하였다. 코로나19 당시 마스크 미착용 등 코로나 방역지침을 수시로 무시하고 비과학적 정책으로 혼란을 초래한 데 대한 제도적 대비책이다. 세 번째는 외교 안보분야에서 트럼프의 즉흥적 외교정책으로 기존의 견고한 대중·대북 정책의 무효화에 대한 사전 대비책이다. 북핵 도발과 중국의 대만위협 등에 맞서기 위하여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3각 협력을 제도화하였고, 한미 정상회담에서 '워싱턴선언' 채택으로 북핵 위협에 대응한 한반도 핵우산(확장억제)을 대폭 강화하고, '핵협의그룹(NCG)'창설 등을 명문화 하였다. 마지막으로 민주 공화 초당적으로 중국위원회 설치 및 반중 법안을 통과시켜 기존의 중국정책 및 제재 망의 해체 방지를 위한 조치를 강구하였다.

이코노미스트에 의하면 트럼프는 집권 당시 푸틴 대통령이나 북한의 김정은 등 전체주의 국가의 독재자들과 관계를 강화했었고, 자신의 개인적 이미지 쇄신을 위해 중국과의 화해 쇼를 연출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그는 해외파병에 부정적이어서 우리에게는 민감한 주한미군 철수 문제로 또 불편한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반 이민정책, 보복관세 확대, 동맹국과의 무역전쟁, 전기차 정책 폐지, 러-우 전쟁 군사지원 중단, 타이완 문제에 대한 불투명한 입장 등이 세계 정치질서에 상당한 불안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 정부도 발생 가능한 상황에 대한 긍정요인의 극대화와 부정요인의 최소화를 위한 대비책 마련과 실행체계의 준비가 시급해 보인다. 뉴욕타임스에서는 두 명의 인기 없는 후보들의 선거라고 평가하지만 누가 당선되든 우리에게는 막대한 투자를 한 한국기업의 투자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는 국익 우선의 지혜롭고 현명한 외교정책이 필요한 때이다.

/이세광 콘테스타컨설팅 대표·한국조직문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