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B 제조사, 제한 업종 포함 난관
"오염물질 기준치 이하에도 발목"
시설확충 못해 해외로 눈돌리기도
관리 주체들 책임 떠넘기기만 급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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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한 PCB 제조업체 내 폐수처리시설에서 관계자들이 정화 과정을 거친 처리수를 검사하고 있다. 인천은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PCB 업종의 산업단지 입주 제한 지침을 적용하고 있는데, PCB 기업들은 과도한 규제라며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2023.12.13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전국에서 유일하게 인천지역만 회로기판(PCB) 제조업종의 첨단산업단지 입주를 제한하고 있어 업계가 과도한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관련 지침을 바꾸면 되지만 관할 자치단체들이 업무를 서로 떠넘기면서 기업들의 애로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지역 PCB 제조기업 A사는 최근 생산시설 확보를 위해 남동도시첨단산업단지(첨단산단) 신규 부지 매입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전을 추진하는 단계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PCB 제조업이 첨단산단 입주 제한 업종으로 포함됐기 때문이다.

PCB 업종의 입주를 제한하는 근거는 인천시가 2008년부터 적용 중인 '남동산업단지 환경오염물질 배출시설 설치 허가 제한 세부 지침(허가 제한 지침)'이다.

이 지침은 공해 유발 25개 업종과 특정유해물질·지정악취물질 배출 38개 업종의 산업단지 입주를 제한하는데, PCB 업종도 이에 해당한다. 남동구에 따르면 첨단산단에도 같은 지침이 적용될 예정이라 PCB 제조업체들은 첨단산단 입주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A사는 2019년에도 계양구 서운산업단지 부지 매입을 추진했지만 입주 서류조차 내지 못했다.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PCB 생산량도 함께 늘어나자 시설 확대를 모색하고 있지만 사전 규제가 번번이 발목을 잡고 있다.

A사 관계자는 "PCB 생산과정에서 배출되는 오염 물질이 환경 기준치를 넘는지 평가라도 받고 싶다"며 "환경부와 한강유역청이 매달 실시하는 정기검사에서 기준치 이하로 나오고 있는데 이(입주)를 무작정 제한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했다.

A사가 경인일보에 공개한 폐수처리시설 정기검사 결과를 보면, PCB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구리(동) 폐기물질이 정화 과정을 거친 처리수에 함유된 농도는 지난달 기준 1ℓ당 0.3㎎으로 나타났다. 수질오염물질 배출 허용 기준치는 남동산단을 비롯한 공업지역의 경우 1ℓ당 3㎎ 이하다. A사는 PCB 공정 과정 개선을 통해 기준치의 10분의 1 수준까지 낮춰 배출하고 있다.

남동산단의 또 다른 PCB 제조기업 B사도 비슷한 처지다. 생산시설 확충을 모색하다 해당 지침에 발목이 잡혔다. 비수도권 지역으로 이전하면 세제 혜택 등을 받을 수 있지만 정작 필요한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B사 관계자는 "인력 확보와 물류 환경 등 인천이 여러모로 입지 조건에 유리하지만, (허가 제한 지침으로) 생산시설 확충에 제한이 있다 보니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실적이고 단계적인 규제를 적용하는 것엔 동감하지만, 무작정 제한하면 기업 입장에선 방법이 없다"고 했다.

관리 주체들은 세부 지침을 두고 서로 책임 넘기기만 하고 있다. 첨단산단의 관리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남동구는 상위 기관인 인천시가 허가 제한 지침을 적용하는 만큼 이를 따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남동구 관계자는 "PCB 기업들로부터 지침과 관련한 민원을 받았지만, 현행 허가 제한 지침은 인천시에서 수정하지 않는 한 남동구에서 손쓸 방법이 없다"고 했다.

반면 인천시 관계자는 "첨단산단 관리기본계획에 대해 남동산단과 동일한 허가 제한 지침을 적용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지침을 적용할지에 대한 권한은 최종적으로 남동구에 있어 인천시가 강제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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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