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레 '연기 없는 시대' 진입
탄소배출 '관세' 선진국 발 빨라
지역 주도 활성화 감지 '고무적'

제 438회 새얼아침대화 홍종호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2023.12.13 /새얼문화재단 제공

국내 최고 권위 기후경제학자로 평가받는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13일 새얼아침대화에 나왔다. '기후위기 시대 인류의 지속가능성과 한국 경제의 미래'를 주제로 한 강연은 제조업체가 많고 탄소 중립 정책을 추진하는 인천시 입장에서 귀담아 들을 내용이 많았다.

이날 오전 7시 쉐라톤그랜드인천호텔 3층에서 열린 제438회 새얼아침대화에 나온 홍종호 교수는 "대한민국이 직면한 위협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보통 '인구절벽', '지역소멸'을 꼽는데 저는 기후위기 역시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 그리고 후손의 삶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요인이라고 본다"고 했다.

홍 교수는 강연 중 울산시 신정동 로터리 '울산공업센터 건립 기념탑'에 남아 있는 당시(1962년)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명의의 치사문(致辭文)을 소개했다.

치사문은 "산업생산의 검은 연기가 대기 속에 뻗어나가는 그날엔 국가 민족의 희망과 발전이 이에 도래하였음을 알 수 있는 것"이라고 써 있다. 1960년대 '검은 연기의 시대'를 기대했던 한국은 60년만에 '연기 없는 시대'로 진입했다. '탄소 중립', ' RE100', 'ESG', '제로 폐기물' 등의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선진국이 됐다.

그는 "대한민국은 기후대응에 별 다른 고민 없이 지내다가 갑작스레 연기 없는 시대를 맞았고, 우리 스스로 판단하기 전에 외부에서 '너희가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압박을 가하는 형국이 됐다"고 했다.

홍 교수가 말하는 '압박'의 하나로 EU가 탄소배출량을 근거로 일종의 '무역 관세'를 매기기로 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눈앞에 다가왔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신재생 에너지 산업을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

국내 한 대기업은 충북의 태양광 공장 문을 닫고 1천800명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내고 미국 시장에 집중하기로 했다. 일본 소니와 파나소닉 등 대기업이 자국 정부에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추진하지 않으면 일본을 뜨겠다'고 나설 정도로 주요 선진국의 기후위기 대응 시계는 빨라졌다고 홍 교수는 전했다.

홍 교수는 "OECD 국가 중 한국은 재생에너지 발생량이 10% 미만으로 압도적인 꼴찌인데도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며 "그래도 인천, 전남, 울산 등 지역에서 지자체 주도로 재생에너지 활성화 움직임이 감지돼 고무적이다"라고 했다.

/김명래기자 problema@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