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월시화산단 허가 경기도 패소후
심의委 설치하고 업종 제한 개선
기업에 과도한 희생 신중 접근 필요
"PCB, 인천 후공정 산업의 핵심"


인천시가 회로기판(PCB) 제조 기업을 포함한 특정 업종의 첨단산업단지 입주를 원천 제한하는 규정을 고수해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유해 물질 발생 기업 오염물질 배출 허용 기준을 다른 업종보다 엄격히 설정하고, 이를 위반하면 입주를 제한하는 사후적 규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환경오염물질 배출시설 설치 허가 제한 세부지침(허가 제한 지침)을 완화한 지방자치단체 사례로 경기도를 꼽을 수 있다.

1997년 환경부가 경기 안산·시흥 지역에 위치한 반월·시화 국가산업단지(반월시화산단)에 허가 제한 지침을 최초로 시행했는데, 2002년 지침 시행 권한이 경기도로 위임되면서 경기도가 이를 관리하기 시작했다.

경기도는 인천시의 허가 제한 지침과 마찬가지로 PCB 업종을 비롯해 특정 유해물질 82종을 배출하는 업종을 대상으로 공장 신·증설을 제한했는데, 이로 인해 반월시화산단에 신규 입주를 할 수 없거나, 이미 입주해 있는 기업들의 생산설비 확대도 제약이 걸렸다.

경기도가 허가 제한 지침을 완화한 것은 2016년이다. 지침으로 인해 반월시화산단에 입주하지 못한 기업이 경기도를 상대로 입주 제한이 부당하다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2013년 법원이 기업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당시 행정소송을 판결한 수원지방법원 재판부는 "경기도의 지침은 수질보전법에 따라 환경부장관으로부터 위임받은 사항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마련한 내부 기준에 불과해 대외적 기속력이 없다"고 판결 근거를 제시했다.

행정소송에서 패소한 경기도는 반월시화산단에 '환경심의위원회'를 설치하고 입주 제한 업종을 개선하는 등 지침 변경에 나섰다. 환경심의위원회는 지자체와 산업단지공단, 반월시화산단 입주기업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다. 환경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오염물질 배출량이 적합하다고 인정된 기업을 대상으로 입주를 허용하는 사후적 규제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반월시화산단의 사례처럼 인천 역시 사전에 입주를 제한하는 방식에서 사후에 규제하는 방식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경기도가 허가 제한 지침을 완화하는 과정에서 반월시화산단의 환경질 개선방안 연구용역을 맡았던 경기연구원 조영무 선임연구위원은 "특정 업종에 대해 광범위하게 사전적으로 입지를 제한한 규제는 현재로서는 남동산단 외에 찾아볼 수 없는 사례"라고 했다.

이어 "첨단산단에도 같은 지침을 적용하는 것은 기업에게 과도한 희생을 요구하는 면이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PCB·반도체패키징산업협회 안영우 사무국장은 "반월시화산단의 개정 지침 내용을 보면. 유해물질이 발생하는 사업장은 배출 허용기준의 100분의 50 미만으로 배출하도록 규제 내용을 구체화했다"며 "규제 내용을 명확히 해 기업들이 지킬 수 있게끔 유도하는 게 국내 기업의 이탈을 막고 지역 일자리를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인천시가 반도체 후공정 산업 육성의 관점에서 PCB 규제 완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상철 인천대학교 경영학부 명예교수는 "PCB는 반도체 패키징 분야와 더불어 인천 반도체 후공정 산업의 핵심"이라며 "인천의 미래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합리적으로 규제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