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평촌·성남 분당 등 상담 급증
'준킬러 문항 도움'… 대형 쏠림도
시민단체 "출혈적 참여 확대 될 것"

올해 치러진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국어·영어·수학 모두 어렵게 출제돼 '불수능'이란 평가를 받으면서 향후 입시에 대응하기 위한 경기도 내 학부모와 예비 수험생들의 시선이 사교육 시장으로 몰리는 조짐이다.
도내 대표 학원 밀집지역인 안양 평촌 학원가에서 수학전문학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최근 학부모들의 방문·전화상담이 부쩍 늘고 있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역대급 불수능' 평가를 받는 올해 수능이 지난달 치러진 이후 나타난 변화다.
그는 "올해 수능 주요 과목이 모두 어려웠다는 분석과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공부) 방향을 고민하는 학부모들의 상담이 많이 있다"며 "특히 높은 난이도를 보인 수학의 변별력이 커져 사교육의 도움을 얻으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기말고사 기간이 끝나면 학생들의 움직임도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3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에 따르면 평가원이 지난주 발표한 2024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를 보면,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은 148점으로 지난해보다 3점 올랐다.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지난해 수능과 비교해 무려 16점이나 오른 150점으로, 역대 최고점인 2019학년도 수능 국어(150점)와 동점이다. 표준점수는 원점수(100점 만점)가 평균과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어려운 시험일수록 보통 최고점이 높게 형성된다. 영어도 예년에 비해 어려웠다. 원점수 90점 이상 1등급 비율이 4.71%로, 절대평가화된 2018학년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정부의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 배제 원칙에도 이렇듯 불수능 결과가 나오자 학부모들은 타개책을 공교육이 아닌, 사교육에서 찾고 있다. 킬러문항이 사라졌지만, '준킬러', '준준킬러' 문항 같은 변별력 문항을 풀어내기 위해 사교육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신처럼 자리 잡은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상황이 이렇자 대형 입시학원 쏠림현상도 감지된다. 분당 정자동 학원가에서 수학학원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수학 선택과목 중 미적분과 기하를 골라야 고득점을 노릴 수 있는 게 올 수능 결과로도 확인됐고 특히 학교 수업만으로 점수를 받기 어렵다는 두 과목이라 학부모, 학생의 문의가 이어진다"면서도 "여기보다 더 크고 유명한 주변 입시학원은 진작 '윈터스쿨'이 마감됐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수능에서 전 영역 만점자와 표준점수 최고점자 2명 모두 다닌 것으로 유명한 서울 강남의 모 학원이 지난해 분당에 분원을 냈는데, 이 학원의 인기가 주변 다른 학원 학생들을 끌어모을 정도로 높다고 한다.
한편 전날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128개 시민단체와 교원노조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수능 발표 후 사교육 시장은 '불수능'의 맹위에 물을 만난 듯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상대평가 수능에서 출혈적인 사교육 참여 대열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