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종교, 정치권과 은밀한 관계
후보자 뒷배 자처 분주한 움직임
정치개입·선거지원 결과 두려워
양지로 이끌어 투명하게 할 때다
헌법의 '정교분리 가치' 되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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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일본 정부는 지난 10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구 통일교회)에 대한 해산명령을 법원에 청구했다. 2021년 기준으로 일본의 종교법인은 약 18만개다. 그동안 법령위반행위를 이유로 해산된 것은 옴 진리교 등 2건뿐이다. 해산명령을 청구하면서 관련 피해자가 약 1천550명이며, 피해 규모는 손해배상액 등 총 204억엔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한 피해자 구제법률이 지난 5일 일본 중의원에서 가결됐다. 법률에는 재산 소멸이나 은닉 징후가 있는 경우 언제든지 재산 보전 조치를 하겠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가정연합에 대한 해산명령이 내려졌을 때 정작 교단 재산이 얼마나 남아 있을지 불안하다는 주장을 반영한 것이다. 아베 전 수상의 사망 이후 자민당은 가정연합과의 관계를 정리하기 위한 대책도 추진 중이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는 단체와의 관계를 단절한다는 방침도 강조하고 있다. 당론을 따르지 않은 의원에 대해서는 같은 당에서 행동할 수 없다고도 했다. 자민당 소속 국회의원과 가정연합 등의 조사 결과도 공개하였다. 조사대상자 379명 중 선거에서 지원 등을 받았던 의원은 121명이었다고 한다. 한편 아사히신문은 지난 8월과 9월에 걸쳐 일본의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가정연합과의 관계를 묻는 설문조사를 하였다. '가정연합이나 관련 단체로부터, 운동원의 파견 등 선거 지원을 받은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네'라고 인정한 사람은 20명이었다. 교단이나 관련 단체와의 관계를 내용별로 보면, 이벤트의 출석·축사·축전, 이벤트 회비의 지출, 운동원의 파견 등 선거 지원, 교단 관계자로부터 헌금 등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우리의 종교와 정치인의 현실은 어떠할까. 최근 출마를 위해 사임한 장관이 특정 종교의 간증 집회에 참석하였다고 해서 논란이 되었다. 하지만 종교단체의 적극적인 봉사와 헌금 그리고 투표는 후보들에게 여의도로 가는 꽃마차가 될 수 있다. 다른 조직이나 단체보다 몇 배의 충성도가 보장되는 종교단체들의 지원이야말로 달콤하고도, 뿌리칠 수 없는 두려운 존재다. 작은 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지역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그 위력이 더 크다. 선거 때가 되면 후보들은 성당, 교회, 사찰 등을 찾는다. 일부 종교단체는 선거 때마다 직접적으로 개입과 지지 의사를 밝혔다. 후보자들도 이를 마다하지 않았다. 정치권의 보호막이 필요한 종교와 표가 필요한 후보자의 이해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권의 관계는 주류 종교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신흥종교나 미신적 종교단체와도 은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그 관계가 드러나면 주류 종교의 거대한 표와 지지를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공개하지 않을 뿐이다. 우리 헌법 제20조는 정교분리의 원칙을 정하고 있다.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이승만과 기독교, 노태우와 조계종, 김대중과 천주교, 김영삼과 충현교회, 이명박의 소망교회 등이 논란이 되었다. 하지만 헌법정신에 반한다는 비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일본은 아베 전 수상의 피격 사망원인이었던 가정연합 사건을 계기로 드러나지 않았던 종교와 정치와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있다.

그렇다면 일본의 가정연합 사건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과연 우리나라는 일본의 상황과 다르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생명력을 발휘한다. 그런데 선거 결과가 특정 종교들에 의해 좌우된다면 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4월 총선을 앞두고 후보자의 뒷배를 자처하는 종교단체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민주주의보다 당선이 우선인 후보자들은 종교단체의 지원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특정 종교단체들의 정치 개입과 선거 지원이 가져올 결과가 두렵다. 편향된 특정 종교의 정치화를 외면할 때가 아니다. 정치와 종교를 양지로 끌어내 투명하게 해야 할 때다. 민주주의의 기반인 선거가 특정 종교단체들이 아니라 국민에 의해 결정되도록 해야만 한다. 그것이 헌법이 정한 정교분리의 의미와 가치를 올바르게 되살리는 길이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