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인천시립합창단, 올해 마지막 정기 무대
라퓨즈 필하모닉·소프라노 이윤정 협연
1부 '마니피캇' 크리스마스의 의미 집중
세계 곳곳 전쟁속 '아이들 희생' 떠올려
2부 '위자드콰이어' 캐럴로 유쾌한 무대
"Magnificat, Magnificat, Magnificat anima mea Dominum"(내 영혼이 주님을 기쁘게 찬송하며)
영국 합창음악 거장 존 러터의 '마니피캇'(Magnificat) 첫 소절이 인천시립합창단과 합창 전문 연주단체 라퓨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협연으로 지난 14일 아트센터인천 콘서트홀에서 울려 퍼졌다.
예수의 잉태를 예언받은 마리아가 사촌 엘리자벳을 방문했을 때 축하인사를 받고 읊은 찬가로, 누가복음에서 가져온 구절이다. 시립합창단원 모두와 풀 오케스트라 편성으로 그 성스러운 사건을 웅장하고 화려하게 열었다.
이날 인천시립합창단 제184회 정기연주회 '메리 크리스마스' 1부를 장식한 '마니피캇'은 현 시대 신나는 축제가 된 크리스마스의 본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경건함에 집중했다. 한 여인이 인류 최대 사건이라 할 수 있는 '성탄'의 주인공이 되기까지 소망과 감격, 감사와 환희를 노래했다. 종교음악이지만, 대중적이면서도 절제된 우아함이 돋보인 합창이었다.
'마니피캇' 7악장 중 4악장부터 등장하는 소프라노 이윤정은 '그를 두려워하는 자에게 그의 귱휼하심이 대대에 이르리로다'라는 내용의 "et misericordia"(자비)를 노래했다. 어째서 올해 크리스마스는 마냥 들뜬 마음으로 보낼 수 없는지 우리는 안다. 예수 탄생을 기다리는 마리아의 노래는 지금 이 시각에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서 희생되고 있는 죄 없는 아이들, 세계 곳곳의 전쟁터에서 쓰러지고 있는 아이들을 떠올리게 했다.
마지막 악장에서 시립합창단, 소프라노 이윤정, 라퓨즈 필하모닉이 황홀한 화음을 만들어 부르는 노래의 가사 '당신의 구제를 감사하는 모든 이들이 당신의 도움을 받게 하소서'는 크리스마스의 본래 의미를 다시 깊이 생각하게 했다.
2부는 분위기가 반전됐다. 어린이합창단 위자드콰이어가 협연해 우리가 익히 아는 크리스마스를 펼쳤다. 조혜영 상임작곡가가 편곡한 'My Christmas Tree'(영화 '나홀로 집에2' OST)를 시작으로 'Let it Snow' 'Jingle Bells' 같은 겨울 노래 모음이 이어졌다.
시립합창단원들이 이번엔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등장해 청아한 목소리의 위자드콰이어 합창을 받쳐 줬고, 관람객들은 박수를 치며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1부에서 엄숙하면서 힘차게 연주를 지휘했던 이보미 인천시립합창단 상임 부지휘자는 2부에선 밝은 표정으로 어깨를 들썩이며 율동까지도 지휘했다. 최종찬 영상감독은 콘서트홀에 눈이 내리는 듯한 영상을 천장과 벽면으로 흩뿌렸다.
공연은 시립합창단의 시간으로 마무리됐다. 'Winter Wonderland' 'Go, Tell it on the Mountain' 'Rudolph, the Red-Nosed Reindeer' 등 캐럴 넘버를 유쾌하고 풍성하게 노래했다. 앙코르곡은 라퓨즈 필하모닉, 위자드콰이어, 관람객이 함께 부른 '판타스틱 크리스마스 메들리'였다. 이날 공연으로 인천시립합창단의 올해 정기연주회가 막을 내렸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