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잠옷 바람" 미담 잇따라
인근 식당 2곳 대피 장소 내줘
![[포토] 인천 논현동 호텔 화재](https://wimg.kyeongin.com/news/legacy/file/202312/20231219010002230_1.jpg)
대형 화재가 발생한 인천 도심 호텔에서 화마를 피하기 위해 다급히 대피하던 투숙객과 직원 등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미담이 잇따라 전해졌다.
인천 남동구 논현동 한 호텔에서 지난 17일 오후 9시1분께 큰불이 나면서 5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이날 호텔 객실 100여 개에 머물고 있던 투숙객들은 외투조차 챙기지 못한 채 옥상으로 올라가 옆 건물로 뛰어내리는 등 필사적으로 대피했다.
호텔에 머물고 있던 옥세준(40)씨는 잠들기 전 1층으로 잠시 내려왔다가 검은 연기가 호텔 내부로 퍼지자 아무것도 챙기지 못한 채 건물 밖으로 뛰쳐나왔다. 매서운 추위에 떨고 있을 때 한 시민이 두툼한 외투를 건넸다. 옥씨는 "잠옷 바람으로 정신없이 나와서 보니 건물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며 "얼굴도 모르는 아저씨가 준 외투 덕분에 겨우 추위를 피할 수 있었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삽시간에 검은 연기가 호텔 내부로 퍼지고 불길에 휩싸인 외벽 패널 등이 떨어져 나가면서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주차타워 붕괴까지 우려되기도 했다. 호텔 옆 건물에 있던 요양원에선 환자 20여 명을 신속히 대피시켜야 했다.
갑작스럽게 다수의 환자가 대피할 장소를 찾기 어려웠던 상황에서 인근 상인들이 식당 2곳을 대피 장소로 내줬다. 그 덕분에 고령의 환자들은 오후 10시30분께 화재 진압이 마무리될 때까지 식당에서 안전하게 추위를 피하다 요양원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요양원 관계자는 "대피할 공간이 마땅치 않았는데 다행히 근처 상인들이 식당에서 머물도록 도와줬다"며 "소방대원 등의 도움을 받아 환자들의 건강 상태를 살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에 접수된 당시 화재 신고는 총 111건으로 집계됐다. 18일 인천소방본부 관계자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신고로 소방당국이 신속한 화재 진압과 구조에 나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백효은·이상우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