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밤 인천 논현동 고층호텔 화재

144명 중 대피 과정서 54명 중경상
'잠들기 전 시간대 발생' 피해 줄여
불길 객실 옮겨붙지 않은 점도 다행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호텔 화재 감식
18일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호텔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2023.12.18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인천 도심인 남동구 논현동 한 고층 호텔에서 발생한 화재는 하마터면 크나큰 인명피해를 내는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투숙객이 신속히 자력으로 탈출을 시도한 점 등이 피해를 줄이는 데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화재는 지난 17일 오후 9시1분께 인천 남동구 논현동 지하 3층~지상 18층 규모로 객실 200여 개를 갖춘 호텔의 기계식 주차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소방당국은 추정했다. →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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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으로 뛰어 올라가 옆 건물로 뛰어내리는 등 사력을 다해 건물을 빠져나온 투숙객들은 호텔 측의 대처가 부적절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화재 당시 대피하는 과정에서 5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 중 전신 2도 화상으로 병원에서 치료 중인 외국인 투숙객 등 중상자 2명은 모두 옥상에서 발견됐다.

호텔 17층에 있던 일본인 여성 투숙객(25)은 "화재경보가 울리고 타는 듯한 냄새가 나 비상계단으로 대피했다"며 "호텔 관계자들이 호실로 찾아와 안내와 통제를 하지 않았다. 1층으로 다급히 내려가서야 호텔 관계자가 멀리 떨어진 곳으로 도망치라고 외치며 안내할 뿐이었다"고 했다.

 

고층 객실 창문에선 수건을 흔들며 구조 요청을 하는 투숙객들도 있었다.

외국인 투숙객 예훗윈(Ye htut win·33)은 "화재경보가 울려 급하게 짐을 싸 비상계단으로 탈출했다"며 "계단에서도 연기가 많이 났다. 방송이 나오는 것은 들었는데, 소방관 안내에 따라 1층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고 했다.

소방당국은 객실에 머물던 144명 중 절반 정도인 70여 명이 자력 탈출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는 피해를 줄이는 요인이 됐다. 자력 탈출이 용이했던 데에는 투숙객이 잠들기 전 시간대였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늦은 밤에 화재가 발생하면 화재 인지, 신고, 대피 등이 모두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투숙객 일부는 호텔 밖에서 저녁식사를 하는 등 외부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중국인 관광객 11명을 인솔한 한 가이드는 "화재 당시 8명은 쇼핑을 하고 있었고, 호텔에 머물던 3명도 다행히 안전하게 대피했다"고 했다.

 

[포토]인천 논현동 호텔 화재
17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소재 호텔에서 발생한 화재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화재진압을 하고 있다. 2023.12.17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소방당국은 신고 접수 5분만인 오후 9시6분에 현장에 도착했고, 9시18분엔 대응 2단계를 발령하며 화재 진압과 투숙객 대피를 위한 인력과 장비를 추가 투입했다.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호텔 기계식 주차장의 불길이 호텔 객실이 있는 건물로 옮겨붙지 않은 점도 다행이다. 기계식 주차장에 설치된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돼 화재 진압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인천소방본부 관계자는 "기계식 주차장은 수직 형태의 통로여서 화염이 위쪽으로 분출된다"며 "불이 위로 확산하면서 호텔 쪽으로는 옮겨붙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은 18일 오전 합동감식을 벌이는 등 원인을 규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백효은·이상우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