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교 앞 노상주차장 폐지후 극심
안전진단 C등급 침하현상 불안감
"친수공간 접목 바닷가로 옮겨야"
인천종합어시장 상인들이 극심한 주정차난과 시설 노후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19일 오전 8시께 인천 중구 인천종합어시장 앞 왕복 4차로(연안부두로 33번길). 양 방향 편도 1차로씩을 수산물을 싣고 내리는 차량이 줄지어 서 있었다. 수산물을 싣고 나르는 차량, 손수레로 물건을 나르는 상인들로 너비 20m 도로가 붐벼 이곳을 지나는 버스는 중앙선을 넘나들며 운행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이 도로 양편 차선은 노상주차장으로 이용됐다. 하지만 어린이보호구역 내 노상주차장을 전면 폐지하는 주차장법 개정안이 2021년 7월부터 시행되면서 상황이 변했다. 어시장 동쪽 길 건너에 인천연안초등학교가 자리잡고 있다. 중구청은 어시장 일대 노상주차장을 전부 없앴다.
수십 년간 인천종합어시장에서 수산물을 운반하던 트럭은 불법 주정차 차량이 됐다. 어시장 뒷길은 차량 1대가 지나기 어려울 정도로 좁고, 주차장은 상하차 작업을 하기엔 거리가 멀다. 도매상인 A씨는 "수산물을 내릴 때 단속 차량이 올 것을 대비해 한 명은 꼭 차에 타고 있는 편"이라며 "물건을 옮겨야 하는데 마땅히 주차할 곳이 없어 힘들다"고 했다.
1975년 문을 연 인천종합어시장은 국내 최대 규모 수산물 종합 유통시장이자 수도권 유일의 산지 시장이다. 점포 700곳에서 상인 2천여 명이 일한다. 하루 평균 방문객은 평일 5천명, 주말 3만명에 달해 매일 '주차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인천연안초 등굣길 교통안전 지도를 하는 B씨는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차량이 가득한데 이게 학교 앞 모습이냐"며 "상인들의 마음도 이해하지만 아이를 가진 부모 입장에선 안전 문제가 걱정"이라고 했다.
주정차난에 더해 낡은 시장 건물은 상인들을 불안하게 한다. 철골 트러스 구조물로 이뤄진 건물은 2021년 안전진단에서 C등급을 받았고, 침하현상으로 건물이 5도 정도 기울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날 인천종합어시장 입구에 가 보니 벽면에 덧댄 회색 패널 두께가 건물 위에서 아래로 내려올수록 좁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울어진 기존 벽면에 맞춰 패널을 수직으로 세우다 보니 두께가 달라졌다는 게 어시장 관계자 설명이다.
상인 권용호(62)씨는 "최근 아케이드(아치형 비가림 지붕)와 외부 벽면을 새로 설치했지만 근본적인 안전 개선보다는 보기 흉한 낡은 모습을 가린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상인 방철호(59)씨도 "침하현상 때문인지 손수레를 끌고 다닐 때 바닥 밑이 비어있는 소리가 나는 곳이 많다"며 "언제 싱크홀이 생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크다"고 말했다.
유기붕 인천종합어시장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어시장의 노후화가 심각해 현 위치에서 개선은 어렵다"며 "앞으로 50년, 100년을 위해 친수 공간을 함께 접목할 수 있는 바닷가 인근으로 어시장을 이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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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