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 Pick] 아파트 '인력 감축' 입주민 반발
성남 매화마을1단지 입대의, 12 → 6명 공문… 세대별 관리비 절감 목적
고용 유지땐 업무 과중될까 우려도… 전문가 "일자리 지위 빈약" 지적
경기도 내 아파트 단지마다 관리비 절감 등을 이유로 경비인력 감소에 나서면서 일부 입주민들의 반발을 사는가 하면 경비원의 고용 불안정과 과로 등 노동환경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8일 성남시 분당구의 매화마을 1단지 입주자대표회의(이하 입대의)는 '경비용역 변경(안)에 대한 주민동의 안내' 공문을 아파트 게시판에 부착하고 각 세대에 발송했다.
공문에는 현재 근무 중인 12명의 경비원을 6명으로 줄이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입대의는 경비용역비 50%를 절감해 세대별 부담액을 줄이겠다는 의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4일부터 이달 29일까지 진행되는 투표에서 '찬성' 의견이 총 세대수 중 절반을 넘길 경우 경비원 감축이 불가피하다.
상황이 이렇자 일부 입주민들은 관리비 절감을 목적으로 경비원을 감축해선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입주민 A(30대)씨는 "관리비를 조금 아끼려고 경비원의 일자리를 뺏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아파트를 위해 수고 해주시는 경비원들이 한 명도 해고되는 상황이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비원들은 일자리를 잃고 생계유지 수단이 사라질 수 있는 것에 두려워했고, 본인의 고용이 유지돼도 과중될 업무에 대한 부담도 가졌다.
경비원 B씨는 "경비인력을 반으로 줄이면 우리 중 6명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 생계 수단이 갑자기 사라지는 것"이라며 "찬성의견이 통과되면 1명이 2개 동을 관리해야 하는데 일이 너무 많아질 것 같다"고 토로했다.
앞서 지난 2월에도 고양시 덕양구의 한 아파트 입대의는 관리비 부담 완화를 이유로 34명의 경비인력 중 11명을 감축하겠다는 공지를 했었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발에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반대의견이 59%가 나와 경비원들의 고용은 유지되기도 했다. 반면 4월 시흥시의 한 아파트 입대의는 경비인력 4명 감축을 결정했는데, 이에 경비원과 주민들이 반발하자 나머지 8명마저 계약을 만료해 논란이 일었다.
전문가들은 경비인력 감축 논란에 대해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노인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수단에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주민과 경비원의 엇갈리는 이해관계를 무시할 수 없지만, 기존에 일하던 사람들은 갑자기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것"이라며 "주민들이 경비인력 감축이 필요하다고 말하면 고용관계가 유지되는 건 쉽지 않은데, 용역업체와 계약된 경비원들이 파리 목숨 같은 일자리 지위를 가지고 있는 걸 반증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경기도 관계자는 "올해 '아파트 노동자 인권보호·근무제 개편 컨설팅'을 실시해 경비노동자들의 임금유지와 고용안정을 위해 힘썼다"며 "다만 호응이 좋지 않아 내년엔 대대적인 캠페인을 통한 아파트 경비노동자 권익향상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