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금류가 먹이 못 구한다길래… 식당 열었다"
파주 장산리 들판에 동물사체 뿌려
3살까지 생존률 20% ↓ 멸종위기종
325명 회원과 환경보전 활동 활발

"파주 독수리 식당을 아시나요?"
지난 1일 파주시 문산읍 장산리 들판에 '독수리 식당'이 문을 열고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했다. 주인장은 '임진강 생태보존회' 윤도영 회장과 회원들이다.
독수리 식당은 몽골에서 3천여㎞를 날아온 독수리들에게 죽은 돼지와 닭 등 동물 사체를 먹이로 뿌려주는 곳이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인 독수리는 전 세계에 약 2만여 마리가 살고 있는데, 2천500여 마리가 매년 겨울 몽골에서 한국으로 날아오고, 이 중 200~600마리가 파주에서 겨울을 난다. 수리목 수릿과의 맹금류로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남부에 서식하는 독수리는 죽은 동물의 사체를 먹고 사는 청소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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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회장은 "매년 11월15일께 날아와 이듬해 3월 말 돌아가는 독수리는 대부분 1~5년생 어린 개체로, 먹이를 주지 않으면 굶어 죽거나 농약으로 폐사한 동물 사체를 먹고 농약 중독에 걸리는 위험이 있어서 독수리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독수리는 야생에서 먹이가 부족해지면서 3살까지 생존율이 20%가 넘지 않아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이자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 '준위협'에 해당하는 멸종 위기종"이라면서 "독수리 식당은 먹이 제공과 부상 치료, 모니터링 및 생태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산리 옆 마정리 출신인 윤 회장은 입시학원과 가전사업 등으로 상당한 부를 축적했으나 IMF 때 사업에 실패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음악카페를 운영하며 어느 정도 생활에 안정을 찾아가던 중 선후배들로부터 독수리 이야기를 듣게 된다.
윤 회장은 "장산리 들판에서 매년 겨울을 나고 돌아간다는 독수리가 사냥을 못 한다는 말을 듣고 '사냥을 못 하면 무엇을 먹고 살지?' 라는 호기심에 인터넷과 책을 통해 인간의 보호가 필요한 동물이란 걸 알게 됐다"며 "선후배 10명과 의기투합해 2016년 6월 비영리단체인 '임진강 생태보존회'를 설립했다"고 한다.
처음 시작은 10명으로 미미했으나 7년 세월이 지난 현재 325명 회원 단체로 성장했고, 넉넉하진 않지만 각자의 임무에 충실하면서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하고 있다는 그는 "독수리 보호뿐만 아니라 임진강 수질 및 생태조사, 어족자원조사, 임진강지류 정화작업, 외래 풀 제거작업, 문화재 발굴, 지역관광콘텐츠 개발, 생태환경 사진전 등 다양한 환경보전 활동을 통해 지역발전에 보탬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시민들의 관심과 협조를 당부했다.
독수리 식당은 내년 3월 말 독수리가 돌아갈 때까지 4개월 동안 매주 3회(화·목·토) 운영된다.
파주/이종태기자 dolsae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