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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권토중래에 제동이 걸렸다. 내년 미국 대선의 유력한 공화당 후보인 그에게 콜로라도주 대법원이 19일 헌법상 대선 출마 자격이 없다고 판결했다. 지난 대선 직후 지지자들이 선거 결과에 불복해 의회에 난입한 내란에 트럼프가 가담했다고 인정한 결과다. 미국 수정헌법 14조3항에 따르면 모반이나 반란에 가담한 공직자는 연방과 주의 모든 공직에 취임할 수 없다.

콜로라도 판결은 25개주에서 진행 중인 비슷한 재판에 미칠 영향 때문에,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사법리스크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앞서 워싱턴DC연방지방법원은 대선불복 혐의로 기소된 트럼프의 면책특권 주장을 기각했다. 트럼프 변호인들은 판사의 결정에 불복해 항소법원에 항고하면서 지법의 본 재판 중단을 요구했다.

하급법원의 판결과 결정은 엄중한데 트럼프측은 화려한 법 기술로 최종 판결을 지연시킨다. 콜로라도주 대법원도 연방대법원 항소를 감안해 판결 효력을 연기했다. 마국 민주주의를 부정한 트럼프에 대한 사법정의가 수십 갈래로 얽히고설킨 법률 교차로에 갇혀 지연되는 형국이다.

절차의 병목에 갇혀 사법 정의가 지연되는 아이러니는 법 만능주의의 병폐다. 우리도 다르지 않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의 피의자들은 3년 10개월만에 나온 1심 판결로 3년 징역형을 받았다. 그 사이 송철호 전 울산시장은 임기를 마쳤고, 황운하 의원(민주)은 항소와 함께 재선 도전에 나섰다.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는 변호인 교체, 재판부 기피 신청 등 재판 지연 전략을 펼친다. 몇 개의 재판이 동시에 진행 중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최종 판결은 다음 대선 전까지 매듭될지 불투명하다.

법이 정치를 만나면 이처럼 혼탁해진다. 송 전 시장의 유죄가 최종심에서 확정된다면 울산 시민은 자격이 없는 범죄자에게 혈세로 월급과 판공비를 지급하면서 시 행정을 위임한 셈이 된다. 트럼프의 재판 지연 전략도 대통령에 당선만 되면 끝이라는 생각 때문일 테다. 국민 선택에 반하는 재판 결과라면 사법쿠데타로 반격할 수도 있겠다. 유독 정치 앞에서만 고장나는 사법정의라면 고대 아테네의 도편추방제만 못하다. 독재자가 될 싹수가 보이는 사람을 직접 투표로 가려내 10년간 도시에서 추방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도편추방제 또한 정적 제거의 수단으로 남용됐다니, 권력 앞에서 무력한 법의 역사는 어쩔 수 없나 보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