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근무하며 지역사회 나눔과 협력, 상생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것이 인연이 돼 국민건강보험공단 인천계양지사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러던 중 건보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현재 항소심 진행 중이란다. 지리멸렬한 소송의 발단은 40여 년간 잊고 지낸 나의 경험, '흡연'이다.
흡연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 인식은 옛날에 비해 많이 변했다. 담배는 더 이상 기호식품이 아닌 혐오식품이다. 흡연의 폐해는 더 말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이 알고 있고, 또 금연을 실천하고 있다. 최근 다방면에서 펼쳐지는 금연 공익 광고를 보고 있노라면 흡연에 대해 더욱 큰 경각심을 가지게 된다.
흡연은 흡연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 이웃, 우리 사회 건강한 삶을 파괴하는 주범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흡연으로 인해 매일 159명이 사망한다. 한 해 사망자는 5만8천36명에 달한다. 폐암 중 소세포암의 95.4%, 편평세포암의 91.5%가 후두암 중 편평세포암의 81.5%가 흡연 탓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흡연은 국가 재정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지난해 흡연으로 인해 지출된 건강보험 진료비는 무려 3조5천917억원이다. 흡연으로 인해 지출된 건강보험 진료비 역시 최근 5년간 평균 4.5% 인상됐다. 국민이 성실하게 납부한 소중한 보험료가 흡연 탓에 줄줄 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흡연을 가능케 하는 담배회사는 정작 그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건보공단이 지난 2014년 4월 담배회사를 상대로 533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이유다. 아쉽게도 법원은 2020년 11월 담배회사의 손을 들어줬고, 건보공단은 즉각 항소했다.
공단이 비록 1심에서 패소했지만, 담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이번 소송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소송은 흡연의 해악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또 흡연 관련 질환으로 발생하는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방지하고, 담배회사 또한 담배 폐해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국민에게 각인시켜 줬다.
정부도 금연운동 확산과 날로 심각해지는 청소년 흡연문제에 적극 대처하고, 나아가 간접흡연의 피해를 막기 위한 공공장소 및 길거리 금연구역을 확대하며 발을 맞추고 있다.
특히 최근 담배의 모든 유해 성분을 공개토록 하는 '담배의 유해성 관리에 관한 법률(담배유해성관리법)' 제정안도 국회를 통과했다. 담배유해성관리법은 준비 기간을 거쳐 오는 2025년 11월 시행된다. 해당 법률의 주요 골자는 담배 제조·수입 및 판매업자가 2년마다 담배 제품 품목별로 유해 성분 함유량 검사를 받고, 검사 결과와 담배 원료, 첨가물 등 정보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알리는 것이다. 연초 담배는 물론 액상형, 궐련형 등 전자담배도 유해 성분 공개 대상에 속한다. 반갑고도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담배의 유해 성분이 공개된다 해도 획기적으로 금연사례가 증가할지는 알 수 없지만, 효과적인 담배규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는 근거는 마련되기 때문이다.
분명한 건 이 같은 모든 움직임이 건보공단 담배 소송의 당위성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나는 누구보다 담배 소송 항소심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한다. 40여 년 전 21살 청년이 배웠던 담배. 배움에는 한계가 없으나 담배만은 분명 어리석은 배움이다.
2024년 갑진년을 앞두고 있다. 이른바 청룡의 해다. 금연을 결심하는 수많은 분이 작심삼일에 그치지 않고, 신통한 능력을 상징하는 용처럼 단숨에 금연에 성공하길 바란다. 아울러 건보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진행하는 소송에 많은 국민의 관심과 지지를 당부한다.
/장현근 세종병원 대외협력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