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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기사며 노동자며 뜨내기들/ 아무나 찾아들어 백반이든 국수든/···/고향 말씨 하나만으로도/ 고향 사람이라고 챙겨주고/ 같은 버스 타고 왔다고 동행이라고/ 마음 써주는 사람들/아 여기에 내가 그동안 잊고 살았던/ 사람 사는 세상이 남아있었구나." 나태주의 시 '터미널 식당'은 인천종합버스터미널 지하층에 있다. 귀향과 출향이 엇갈리고 행선지도 각각인 낯선 사람들이 터미널 식당에서 한사코 인연의 실마리를 찾아 밥정을 나눈다.

"시외버스터미널 나무 의자에/ 군복을 입은 파르스름한 아들과/ 중년의 어머니가 나란히 앉아/ 이어폰을 한쪽씩 나눠 꽂고/함께 음악을 듣고 있다."(도종환 '귀대') 모자를 지켜보는 시인은 귀대할 아들과 배웅나온 어머니가 안타깝다. "버스가 오고/ 귀에 꽂았던 이어폰을 빼고 차에 오르고 나면" 아들도 어머니도 "오래오래 스산할 것"이니 말이다.

시외버스터미널은 철도와 함께 지역과 지역을 이어주는 현대판 역참이다. 전국의 버스터미널을 통해 사람이 오갔고, 인정이 흘렀고, 사연이 쌓였다. 그런 시대의 정서가 좋아 나홀로 버스 여행을 즐기는 장·노년층도 많다. 마이카 시대를 지나 1인 1승용차 시대라지만, 승용차가 없는 서민이나 노인들에겐 시외버스는 유일한 장거리 이동수단이기도 하다. 강원도 전방의 군인들은 시외버스 없으면 휴가와 귀대에 애를 먹는다.

평택시 송탄시외버스터미널이 이달 말 운영을 종료한다는 안내문을 붙였단다. 자가용, 철도, 항공여객이 늘면서 시외버스 여객 감소 추세를 부추겼다. 코로나19는 직격탄이었다. 대부분 민영인 시외버스터미널이 적자에 시달린다. 지난해 성남종합버스터미널이 폐업하자 버스업체들은 도로에서 여객을 나르고 있다. 수원시외버스터미널도 속초 노선 운행이 절반으로 축소된 지 오래다.

지난 6년 동안 30곳 가량의 시외버스터미널이 폐업했다. 지방은 인구 감소로, 수도권은 버스여객 감소가 원인이다. 시대에 따라 흥망이 엇갈리는 것은 어쩔 수 없고, 이익이 없는데 자본의 헌신을 강요할 수도 없다. 하지만 시외버스터미널은 여전히 교통약자들의 역참으로 공공재 성격이 강하다. 성남시가 시 예산을 지원하며 어떻게든 터미널 폐업을 막으려했던 이유다. 민간 시외버스터미널을 유지할 민관 협력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겠다. 베이비부머들이 고령층에 접어들면서 시외버스가 다시 각광받을 수 있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