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화위-환경부 용역 '경인아라뱃길 정책' 과정·전망
문화관광·레저 새로운 사업 제안
서울시, 서해뱃길 프로젝트 발표
계양구 "주민·관광객 머물러야"
인천시 "활성화 방안 수립 예정"
2조7천억원을 투입해 2012년 개통한 경인아라뱃길(길이 18㎞·폭 80m·수심 6.3m)은 애초 목적인 해운 물류 분야에서 제 기능을 못하며 비판을 받아왔다. 환경부는 경인아라뱃길을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며 2018년 10월 경인아라뱃길 공론화위원회를 가동했다.
하지만 환경부의 '경인아라뱃길 기능 개선방안 연구'에서는 주운(물류·여객)기능을 유지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당초 환경부의 이번 연구는 경인아라뱃길 공론화위원회의 권고를 이행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시작됐다. 그러나 경인아라뱃길 공론화위원회가 수년에 걸쳐 제시한 권고안과는 상반되는 결과가 도출됐다.
각계 전문가와 시민사회가 참여한 공론화위원회는 20여 차례 논의와 3차례 숙의·토론회, 3차례 시민위원회 등을 거쳐 2021년 경인아라뱃길의 새로운 역할과 기능을 제시했다. 공론화위원회가 정부(환경부)에 제출한 권고안의 뼈대는 '주운 기능 축소·폐지' '수질 개선' '친수·문화 중심 전환' 등이다.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물류 기능을 대폭 축소하거나 폐지하고, 문화관광·레저·친수공간으로 경인아라뱃길을 새롭게 만들자는 제안이었다. → 표 참조
환경부는 국토연구원에 의뢰해 '경인아라뱃길 기능 개선 방안 연구'를 진행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말 서울시가 '서울항 조성·서해뱃길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연구 방향은 바뀌었다. 서울시는 2026년 개항을 목표로 서울항을 조성하고, 인천시 등 관련 기관과 협력해 한강과 서해 섬을 잇는 서해뱃길사업으로 확대하는 구상을 밝혔다.
서울시의 이 같은 구상이 현실화하기 위해선 경인아라뱃길 주운 기능을 유지해야만 한다. 인천시·서울시·경기도는 한강~아라뱃길~서해 섬을 잇는 뱃길을 복원하겠다며 지난 7월 환경부에 경인아라뱃길 주운 기능 존치를 공식적으로 요청하기도 했다. 그 결과 시민 친수 공간 조성과 수변 문화 향유에 무게중심을 둔 공론화위원회와 달리 '주운 기능 존치'에 초점을 맞춘 결과가 나왔다.
경인아라뱃길 기능 재정립의 방향성이 여객·유람선 등을 중심으로 한 뱃길 재건으로 향하면서 공론화위원회와 궤를 함께한 시민단체·환경단체 등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장기간 논의를 거쳐 사회적 합의를 이룬 공론화위원회와 달리 서울시 등 일부 공무원의 의견을 바탕으로 결론을 낸 점이 유감스럽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환경부의 이번 연구결과가 공식적으로 공표된다면 이들 단체의 반발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공론화위원회에 참여했던 장정구 생태역사공간연구소 공동준비위원장은 "공론화위원회는 아라뱃길을 살리기 위해 팩트를 중심으로 여러 사람과 여러 과정·논의를 거쳐 최선의 방안을 도출했다"며 "물류기능이 남아있으면 터미널 등에 레저·관광·친수기능을 입힐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아라뱃길을 사회적 갈등 한복판으로 다시 끌어들이는 게 정말 답답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 계양구는 경인아라뱃길을 단순 뱃길이 아니라 주민과 관광객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윤환 계양구청장은 "그간 아라뱃길은 사람들이 머무는 곳이 아닌 지나가는 길로만 인식돼 왔다"며 "계양구는 경인아라뱃길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지만 주민·관광객이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경인아라뱃길 활성화 사업에 기초단체들의 의견을 더 반영해 권역별로 치밀한 개발을 진행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인천시 관계자는 "서울시가 내년 4월에 여의도 선착장을 조성해 여객·유람선을 운행하는 걸로 알고 있다"며 "저희는 그 관광수요에 대비해 덕적도 섬 관광 활성화 용역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보고서에서 언급된 각 구간별 친수·문화공간 조성 방안을 참고해 경인아라뱃길 활성화 대응 방안을 수립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