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인천市 전세사기 피해 지원사업, 실효성 떨어져
올해 관련예산 집행률 0.88% 불과
내년 총 11억 책정… 80% 이상 삭감
유사대출 많은데 '버팀목'만 대상
열악한 긴급거처·이사비도 부담
인천시는 미추홀구 등지에서 수백억원대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건축왕' 남모(61)씨 피해자 등을 지원하기 위한 내년도 예산을 총 11억원으로 정했다. 이는 인천시가 올해 관련 예산으로 세웠던 63억원보다 80% 넘게 삭감된 것이다.
이 같은 이유에 대해 인천시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수요(올해 사업 신청자 수, 가구 수 등)를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올해 10월 기준 인천시의 관련 예산 집행률은 0.88%에 불과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수요가 적은 것이 아니라 지원을 받기 위한 자격 요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라고 인천시 입장을 반박한다.
인천시는 지난달 28일 '인천시 전세 피해지원 사업에 대한 설명자료'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전세피해 조례가 있는 타 시도와 비교해도 더 많은 지원을 시행 중'이라는 것이 골자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많은데도 정작 지원 조례조차 만들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자료를 보면 인천시는 '전세사기 특별법'이나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전세피해 대책' 외에 '인천시 주거복지기본조례'(인천형 주거안정지원사업)에 따라 이사비 지원(최대 150만원), 대출이자 지원(2년), 월세 지원(최장 12개월)을 하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인천시의 이런 지원책들에 대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대출이자 지원은 전세사기 특별법 지원책인 '전세피해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을 받은 경우에만 대상이 된다. 이름이 유사한 '청년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을 이미 받은 청년 세입자나, 소득 기준 등으로 '전세피해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을 받지 못하는 가구는 신청 대상에서 제외된다.
전세사기 피해자 김모(35·미추홀구)씨는 "이자를 지원받으려고 인천시에 문의했지만 전셋집에 들어갈 때 대출받은 상품이 '청년 버팀목'이라 지원 대상이 안 된다고 했다"며 "시중은행을 돌면서 '전세피해 버팀목'으로 대환이 가능한지 알아봤지만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이사비 지원도 '긴급거처'로 이사할 때만 받을 수 있다. 긴급거처는 국토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인천도시공사(iH)가 '긴급주거지원' 협약을 맺어 피해자들에게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이다. 최장 거주 기간이 2년으로 짧은 데다 기존 거주지와 멀리 떨어져 있고 주거 환경도 나빠 긴급거처 입주를 포기한 피해자가 상당수다.
다른 피해자 최모(36·미추홀구)씨는 "경매가 다시 속행되면 이사 갈 집을 구해야 하는데 한 푼이 아쉬운 상황에서 이사하는 비용도 부담스럽다"며 "피해자 입장에선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다 같이 쫓겨나는 처지인데 긴급거처로 이사할 때만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게 답답하다"고 했다.
인천시는 긴급생계비를 주고 있는데, 차상위계층만 지원받을 수 있다. 만약 대출이자나 이사비 지원을 받았다면 긴급생계비는 받을 수 없다. 다른 경우도 마찬가지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 안상미 위원장은 "까다로운 조건들 때문에 피해자들은 지원을 받을 수 없는데 인천시는 피해자들의 수요가 적다며 내년도 예산을 크게 삭감했다"고 했다.
인천시 지원책이 겉돌고 있는 이유는 제대로 된 실태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피해자들의 의견이나 처한 상황 등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인천시는 올해 3월부터 전세사기 피해가구 실태조사를 벌여 지난 5월 '건축왕·빌라왕·청년빌라왕'이 소유한 인천지역 전체 주택을 2천969가구로 파악했다. 실태조사는 등기부등본, 임대차 계약서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피해가구 유형, 연령대, 소득 수준 등 개별 가구의 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다.
경기도와 서울 강서구가 전세사기 피해자를 대상으로 온라인 참여가 가능한 실태조사를 벌인 것과는 차이가 있다. 강서구는 올해 11월 국토부로부터 전세사기 피해 결정을 받은 500여 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대면, 유선 등 여러 방법으로 인적사항, 향후 주거계획을 확인하고 건의사항 등을 들었다.
한편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는 지난 21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국회는 '선(先)구제 후(後)회수' 방안을 포함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과 지원대책 마련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