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속 사망 이주노동자 3주기
주거 개선 등 정책 대전환 촉구
장혜영 의원 "죄송" 고개 숙여

"이제는 더이상 '속헹 사건'과 같은 비극은 없어야 합니다"

포천시의 한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이주노동자 속헹이 자다가 숨진 지 3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동료 노동자들이 불법 가건물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11월28일자 7면 보도='얼어 죽을' 불법 농가숙소, 전기장판 파고들 뿐) 지역 노동계가 '속헹 3주기 추모집회'를 열고 이주노동자 주거환경 개선에 대해 다시금 목소리를 높였다.

포천이주노동자센터(이하 센터) 등은 23일 포천시 소흘읍 소재 센터에서 속헹 3주기 추모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김달성 센터 대표와 함께 이기호 이주노동연구 활동가, 서울 보성교회 교원, 도내 이주노동자들이 참석해 추모의 마음을 함께했다.

이들은 '제2, 제3의 속헹 비극을 막기 위하여'라는 부제로 열린 이날 집회에서 "2020년 12월 캄보디아 여성 노동자 속헹이 영하 15도 이하 한파에 난방이 가동되지 않은 불법 건축물 기숙사에서 지내다 숨진 뒤, 노동·시민단체와 언론이 관심을 가져 정부가 여러 대책을 내놨다"면서도 "여러 편법 속에 여전히 경기도만 해도 농어업 사업장 불법 건축물 기숙사가 1천개가 넘고, 공장에는 (불법 기숙사가) 그 몇 배가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장혜영(정의당) 의원도 이날 집회를 찾았다. 국민의 대리인이자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정치권의 한 사람으로서 변화가 굼뜬 이주노동자들의 주거 현실에 대해 머리를 숙였다. 그는 "정말 죄송하다"고 운을 뗀 뒤 "한국에 와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사람으로 대우하지 않아 이런 비극이 반복되고 있는데, 정치권에 있는 사람들을 대신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센터는 국내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긴급하게 외국인 노동력을 빌려 쓰는데도, 이들의 기본권이 짓밟히는 모순을 문제 삼았다.

이들은 "자본의 이윤 극대화를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이용만 하는 정책을 폐기하고 서로 상생하는 방향의 '이주노동정책 대전환'을 촉구한다"며 "'현대판 노예제'로 불리는 고용허가제를 노동허가제로 바꿔 지금의 고용주-노동자 사이 주종관계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김달성 대표는 "해마다 속헹의 죽음을 기리는 추모행사를 가질 계획"이라며 "이주노동자의 인권, 노동권을 침해하는 정부의 정책을 규탄하는 '선한 싸움'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