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하게 현실 보게만드는 가르침
경험을 통해 '직장인의 자세' 서술
내공 없으면 쓸 수 없는 값진 글들
사회초년생 큰 도움… 스승같은 책
몰랐다면 올해 가기 전에 읽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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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당신의 삶이 불안의 대상임에도 분노하지 않는다면 이미 당신의 뇌는 썩어 버린 것이다. 차라리 강물에 빠져 죽어 버려라. 하지만 이제라도 삶이 당신을 속인다고 생각되면 그 삶을 던져 버려라. 내동댕이쳐라. 삶은 한 번 뿐이다. 삶에 비굴하게 질질 끌려가지 마라. 명심해라. 당신이 분노하여야 할 대상은 이 세상이 아니다. 당신이 주인이다."

2023년 인터넷 '교보문고'와 '예스24'의 종합베스트셀러 1위는 '세이노의 가르침'이다. '세이노'는 필명이다. 말 그대로 (No)라고 말하라(Say)는 의미다. 기존의 통념을 거부하라고 주문한다. 특히 젊은이들에게 냉정하게 현실을 인식하라고 강조한다. 감상적인 위로 따위는 없다. 환경을 탓하지 말라, 자신을 냉정하게 돌아보는 것이 우선이다, 잘 살기 위해서는 자신의 무지와 게으름을 인정하라, 겉보다는 내실이다, 각자의 처지에서 도약의 발판을 만들어라. 세이노의 가르침이다. 세이노의 본명과 얼굴은 알려지지 않았다. 책값도 7천200원에 불과하다. 책 판매 수익금도 기부한다고 한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저자의 책이 종합베스트셀러 1위에 등극한 것은 이례적이다. 세이노는 중앙일간지에 칼럼을 게재한 적도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글은 인터넷 '세이노의 가르침 카페'를 통해 유통되었다. 그리고 입소문으로 퍼져나갔다. 그리하여 마침내 오프라인의 책으로 출간되어 1위에 올랐다.

메르의 '1%를 읽는 힘'도 종합베스트셀러 50위권에 들었다. 메르 역시 인터넷 필명이다. 블로그의 글만으로 수십만명의 구독자를 확보했다. 파워 인플루언서다. 인기글들을 모아 책으로 출간했다. 메르 역시 본명과 얼굴을 모른다. 경력도 자세히 밝히지 않았다. 책의 저자 소개에 따르면 국내외 글로벌 기업에서 투자위험을 분석하는 리스크 관리 전문가로 일한다고 소개되어있다.

"회사가 망해도 경쟁력이 있는 개인은 망하지 않았다. 좀 똑똑하다 싶은 사람들은 회사가 망해도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다른 회사의 명함을 가지고 나타나곤 했다. 하지만 일머리가 없고, 일하기를 꺼리며, 평판이 나쁘고,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회사가 망하는 순간 회사와 함께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일에 대한 성의가 없는 경우, 본인은 표시를 내지 않는다고 하지만 잠시 같이 일을 해보면 알게 된다." 메르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직장인의 자세를 알려준다. 모든 조직인은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자신의 일에 성의를 다하지 않는 사람의 미래는 없다. 메르는 지금도 블로그에 매일 글을 올린다. 아무리 좋아도 매일 글을 발표하는 일은 쉽지 않다. "단순하게 책을 읽는다고 정보가 되지 않는다. 반드시 내 생각이 되어야 한다. 생각을 정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글을 쓰는 것이다. 글을 쓰면서 빈틈을 확인해 채울 수 있고 흐름을 명확하게 그려 나갈 수 있다"며 메르는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글쓰기를 통해 지식과 경험을 정리하고 자신을 성찰하는 사람으로 추정된다.

세이노와 메르의 값진 글들은 내공(內功)이 쌓이지 않으면 쓸 수 없다. 그들을 통해 재야의 곳곳에 숨어있는 고수가 있음을 알게 된다.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 인터넷이 본격 보급된 지 삼십년이 흘렀다. 이제는 누구나 글을 쓰고, 전달할 수 있다. 입소문이 나면 오프라인 출판사가 작가로 만들어준다. 자신의 분야에서 경험과 전문성을 쌓고 그것을 정리하여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다면 그는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이다. 특히 사회의 초년생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으니 그는 스승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지혜를 공유하는 이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이들은 독자들의 무지를 일깨워 주고 사회를 바라보는 통찰력을 제공했다. 나태한 삶을 반성하게 만들고 자기혁명의 계기를 제공했다. 또한 책을 선택하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은 저자의 화려한 경력, 전작(前作)에 대한 평가에 의존하여 책을 선택했다. 이제는 내용으로 승부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것이 세이노의 가르침이기도 하다. 아직 세이노와 메르를 모르는 사람들은 올해가 가기 전에 그 책들을 접하면 좋겠다.

/이영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