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가구 기준 가정용품·의류비보다 높아
올 들어 발생한 경기침체·고금리 주 요인
금리가 높고 소득 낮은 전세가구 큰 타격
자산 ↓ 부채 ↑… 소비심리 위축 ‘악순환’
수도권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 금액 / 통계청
인천과 경기도 등 수도권 지역 가구당 월평균 이자비용이 생필품·의류 구매비용 등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 서구에 거주하는 김민형(35·가명)씨는 최근 늘어난 대출 부담에 고민이 커졌다. 지난 6월 이사를 하면서 받은 전세대출 이자가 불어났기 때문이다. 변동금리가 적용되면서 대출을 받았을 당시 3.9%였던 금리는 지난달 4.4%까지 올랐다. 매달 내야 하는 이자비용이 20만원가량 추가됐다.
김씨는 “올해 초 둘째 아이가 태어나면서 좀 더 넓은 곳으로 전셋집을 옮겼는데, 예상보다 이자가 늘었다”며 “기준금리는 계속 동결이라고 하는데 은행에서는 대출금리 인상으로 돈을 더 내라고 하니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가계가 감당해야 할 이자비용은 올해 들어 증가하는 추세다. 2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수도권 지역 가구당 이자비용은 12만9천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3분기(10만4천원)와 비교해 24.2% 늘어난 수치며, 세금과 보험료 등 비소비 지출 항목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이자비용의 증가세가 심상치 않은 이유는 가계의 제품·서비스 구매비용을 앞질렀기 때문이다. 3분기 가구당 가정용품·가사서비스 지출비용은 12만원, 의류·신발 구매비용은 11만6천원으로 같은 기간 이자비용보다 낮았다. 가정용품·가사서비스 지출비용은 1년 전보다 6.2% 감소했고, 의류·신발 구매비용도 5.2% 줄었다. 경기 침체와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소비심리가 갈수록 위축되는 상황이다.
인천·경기지역 가계 상황도 올해 들어 나빠졌다. 통계청과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이 지난 7일 발표한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인천·경기 가구당 자산 규모는 4억2천796만원과 6억2천58만원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13.5%, 3% 감소했다. 반면 가구당 부채 규모는 같은 기간 인천이 179만원 늘었고, 경기는 277만원 증가했다. 자산이 줄고 부채가 늘면서 소비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이자비용 증가는 자가 가구보다 전세 가구에 더 큰 타격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세대출이 신용대출과 카드대출 등 일반 대출보다 금리가 높은 상품이 많고, 전세대출을 이용하는 가구 소득이 주택을 이미 보유한 가구 소득보다 상대적으로 낮다는 게 이유다. 특히 지난해부터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대출 중도 상환이 늘었지만, 자가 가구에 비해 여력이 부족한 전세 가구의 경우 대출 규모를 줄이기 어려웠을 것이란 관측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10월 이후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규모가 확대됐다”며 “기업대출 연체율이 서서히 하락하는 것과 달리 가계대출 연체율은 0.2%대를 유지하고 있어 안정세를 보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