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혁신에 목매야 할 이유는
4차 산업혁명으로 기술 변화 요구
저출산·고령화로 노동인구 감소
경제규모도 줄어들어 시장 축소
더 전략적, 더 파격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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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희 협성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개혁, 혁명, 변혁, 혁파, 연혁'.

위 단어들이 가진 공통점은 뭘까? 그렇다, 현상타파·대전환과 관련된 단어다. 그 속엔 모두 '혁(革)'이 들어있다. 질문 이어간다. 오늘날 개인·조직에게 불가결한 단어 둘을 꼽으라면? 창조(創造)와 혁신(革新)이 아닐까. 다만 혁신엔 창조가 필수적이나 창조만으론 혁신이 만들어지진 않는다. 모두가 본 걸 보고, 아무도 생각지 못한 걸 떠올리며, 이를 실천으로 옮길 때 혁신은 시작된다.

혁신의 한자는 살벌하다. '새 살이 돋아날 것 같지 않은 환부(革)를 과감히 도려내 새로운(新) 걸로 바꾼다'는 뜻이다. 혁신 대상은 자기 가죽이 벗겨지는 끔찍한 고통을 견뎌야 하고, 그 과정 중 죽음도 수차례 감수해야 한다. 모든 기득권도 내려놔야 해 나만 뺀 혁신이란 없고, 결과도 100점 아니면 0점이다. 발상전환(결단)까지 요구돼 '고르디우스 매듭' 풀기와도 닮아 있다. 이런 혁신은 '옛것을 뜯어고치고 솥(국가 정통성)을 새로 교체한다'는 혁고정신(革故鼎新)에서 나온 말로 정신혁고(鼎新革故)·혁구정신(革舊鼎新)과 동의어다. 정리하면 조직(사물)과 구조, 비즈니스 모델 등에 새로운 발상과 기술을 도입해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하고, 경제·사회에 큰 변화와 쇄신을 촉발하는 게 혁신이다. 기업에겐 세상에 없는 제품·서비스를 구현하는 원동력이다.

물어보자. 왜 고통스런 혁신을 해야할까? 피해갈 수 있다면 당장 피하고 싶다. 붉은 여왕이 답한다. "여기선 힘껏 달려야 제자리야. 여길 벗어나려면 지금보다 두 배는 더 빨리 뛰어야 해." 시장경제를 사는 우리에게 혁신의 당위성과 핵심을 정확히 짚고 있다. 영원한 1등이란 없다. 일진월보하는 경쟁자와 맞서려면 지속적 혁신이 유일한 대안임을 붉은 여왕의 가설(Red Queen's Hypothesis)은 일러준다.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는 "혁신은 변화를 기회로 보는 능력이지 위협이 아니다"라고 해, 혁신 주도자 이노베이터(innovator)에게 혁신은 또 다른 찬스임을 설파한다. 또 "혁신은 돈의 문제가 아니다"라고도 지적해 창의적 아이디어와 열정이 넘친다면 돈 없이도 얼마든 혁신이 가능함을 깨우쳤다. 덕분에 잡스는 혁신의 아이콘이 됐다.

얼마 전 컨설팅사 맥킨지는 '한국의 다음 상승 곡선(Korea's next S-curve)'이란 보고서를 발간했다. 여기엔 인구구조 불균형 심화와 노동 생산성 감소, 코리아 디스카운트, 모험자본 시장의 역동성 부족, 국가 기둥산업의 글로벌 경쟁 심화, 대·중소기업 간 생산성 격차 등의 문제로 성장이 정체된 한국 경제를 '냄비 속 개구리'에 비유했다. 저성장의 늪에 빠진 우리 경제의 선택지는 대대적이고도 디테일한 변화, 즉 '혁신'뿐이란 충고다.

한국이 혁신에 목매야 할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급속한 기술변화다. AI와 로봇, 모빌리티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으로 다양한 분야에 걸쳐 혁신이 요구된다. 제품·서비스에 획기적 부가가치 창출 없이는 생존마저 위태롭다.

둘째, 노동인구 감소다. 저출산·고령화가 너무도 빨리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는 곧 필수 노동인구 감소로 직결된다. 처방은 처절한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다.

셋째, 시장축소다. 인구 감소는 필연적으로 경제 규모 축소를 불러온다. 생존과 성장을 위해선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둔 다각적 혁신이 불가결하다.

더해 산업구조전환과 노동과 교육개혁, 국민연금·건강보험 등은 최우선으로 혁신해야 할 묵은 난제다.

30년간 이어온 대중 무역수지도 적자로 돌아섰다. 한국 경제의 미래·생존 어젠다를 찾아 가죽을 넘어 뼛속까지 교체하는 혁신이 절실하다. 이는 '세상에서 가장 빨리 소멸'될지 모르는 나라의 숙명이다. 하여 혁신은 더 전략적이고, 더 집요하며, 더 파격적이어야 한다. 한계는 있다. 의심과 두려움이 그것이다. 2024년, 혁신에 대한 의심·두려움은 개나 줘버려라. 한해 애썼다. 쓰담쓰담.

/김광희 협성대학교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