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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외상 분야 최고 권위자인 이국종 아주대학교병원 교수가 오늘 국군대전병원장에 취임한다. 신원식 국방부장관은 27일 그를 명예해군 대령으로 진급시키고 병원장 임명장을 수여했다. 국민 영웅으로 명성이 자자했던 이국종이다. 일반적인 성공방정식대로면 그는 민간의료계에서 승승장구해야 맞다. 군병원 이직은 대중의 상식에서 벗어난 파격이다.

아주대 의대 1기 신입생으로 입학해 외상외과 의사가 된 이국종은 2011년 석해균 선장을 만나면서 인생의 변곡점에 선다. 해적의 총탄 6발에 사경을 헤매던 석 선장을 오만에서 데려와 아주대병원에서 수술했다. 석 선장이 두달 만에 깨어났을 때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아덴만 여명작전 완수를 선언했다.

국민과 언론이 석 선장을 살려낸 이국종을 영웅으로 떠받들었다. 덩달아 아주대병원이 언론의 각광을 받았고 그의 전공인 중증외상 분야가 주목받았다. 열악한 중증외상 의료환경 때문에 살릴 수 있는 환자가 죽어나가는 현실이 이국종의 증언으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이국종은 중증외상센터 건립을 호소하고 압박했다. 결국 2012년 이국종법이 통과됐고, 전국에 5개 권역외상센터가 선정됐다.

아덴만 작전의 종결자이자, 한국 중증외상 분야의 개척자라는 명성과 달리 언론으로 노출된 그의 현실은 고단했다. 제대로 된 중증외상센터 건립을 원했던 그의 바람과 달리, 정부와 국회는 전국 시·도에 불완전한 센터를 난립시켰다. 닥터헬기 야간 이착륙을 막는 민원을 직접 해결해야 했다. 직장인 아주대병원 원장에게 욕먹는 녹취록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2020년 무렵 교수직에만 전념한다며 현장에서 물러난 뒤 한동안 뉴스에서 사라졌다.

석 선장을 살리면서 영웅이 됐던 사람이 중증외상센터 설립과 운영 과정에서 정치와 경영을 모르는 괴짜가 된 모양새다. 직속 선배 하나 없는 신설 의대 1기 출신의 고군분투는 처음부터 한계가 있었던 도전이었다 싶다. 같은 용이라도 출신이 개천이냐 바다냐에 따라 달리 취급하는 기득권의 높이는 아득하다.

해군에서 병역을 마친 이국종은 2015년 명예해군 대위로 위촉된 이후 군 의료체계 개선에 열정을 쏟았다. 2017년 북한군에게 5발의 총상을 당한 채 판문점으로 귀순한 오청성씨를 살려내기도 했다. 국군대전병원장에 발탁된 것도 우연이 아닌 필연일 테다. 고즈넉한 헌신을 기대한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