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사 직원 연장근무중 추락사
유족 "산재 인정 어려울듯 말해"
영풍 "연락 드려 진상파악 계획"
"두 달 전 본청 직원 사망사고도 아직 산재처리 안 됐다며 목소리 높이더군요."
평택 영풍제지 공장 협력업체 소속으로 20년 가까이 묵묵히 종사했다는 이봉재(68)씨, 그의 영정 앞에서 사측은 으름장을 놓았다고 한다. 지난 26일 빈소에서 만난 큰딸 이모(35)씨는 전날 벌어졌던 장면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협력업체 사고는 산업재해로 인정받기 어려울 거라는 듯이 대하길래 황당함에 말을 잃었다"며 "빈소에서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짝다리를 짚는 모습에 어머님은 화를 내다 못해 감정기복이 심해져 잠시 쓰러지셨다"고 했다.
고인은 지난 24일 오전 3시50분께 평택시 진위면 영풍제지 공장에서 작업 중 추락사고로 숨졌다. 해당 공장에서는 앞서 지난 10월에도 40대 남성이 기계에 끼여 숨져 두 달 만에 중대재해가 반복(12월27일자 7면 보도=평택 영풍제지 공장 '추락사고' 두달만에 또 노동자 사망 발생)됐다.

유족들은 사고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사측 태도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둘째 아들 이모(32)씨도 "같은 작업장에서 사망사고가 반복됐으면 그만큼 부주의했다는 것 아니냐"면서 "관계자들이 찾아와서 사고 경위를 설명하는 말도 계속 달라져 혼란스럽다"고 했다.
고인은 20여년 동안 주말근무가 당연시되는 작업환경에서 한 달에 한 번 꼴로 겨우 쉴 정도로 격무에 시달렸다고 한다. 특히 하루 3교대 근무체계에서 결원이 생기면 긴급히 2교대로 연장근무를 해야 하는 경우가 빈번했고, 실제 사고 당일도 2교대로 12시간 연장 근무를 하다 새벽 시간대 변을 당했다. 고인의 생전 동료들도 같은 처지로 일해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협력업체 관계자는 "해당 발언을 했다는 직원과 유족 측 얘기가 달라 양쪽의 이야기를 파악하고 있다"면서 "업체로서도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있고, 유족분들께 사죄를 드리고 있다. (다른 질의에는) 더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원청인 영풍제지는 사태를 관망하고만 있는 입장이다. 영풍제지는 사망사고 3일이 지나도록 유족들과 접촉이 없는 상태다. 해당 사업장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으로 원청인 영풍제지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대상이다. 유족 측은 민·형사상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영풍제지 관계자는 "지난 10월 사망사고는 관련 조사에 응하고 있고 절차가 진행 중으로 (협력업체 측 문제의 발언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번 사고는 아무래도 협력업체 사업장이었고 사고 직후다 보니 아직 유족에 연락 드리지 못했고 당연히 접촉할 예정이며, 해당 협력업체 작업환경도 본사와는 다르고 개개인에 강요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으나 진상을 파악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수현·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