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대출잔액 6월보다 1조2천억 ↑
상호금융권 수신자금 이탈 가능성
중견사 태영건설 워크아웃도 제기
부동산 시장에 찬물 끼얹을라 주시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금리 장기화 등으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잔액이 역대 최고치인 134조원을 기록하면서 상호금융권의 뱅크런 우려와 건설사 줄도산 위기가 동시에 확산하고 있다.
특히 시공능력 16위 중견 건설사인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가능성마저 제기되면서 부동산 PF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해 경기지역 건설 시장에도 먹구름이 짙게 꼈다.
27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금융권 전체 PF 대출 잔액은 134조3천억원으로 지난 6월 말(133조1천억원)보다 1조2천억여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PF 대출 연체율은 2.17%에서 2.42%로 상승했다. 지난해 말(1.19%)과 비교하면 9개월 만에 1.23%포인트 오른 셈으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업종별로는 지난 9월 말 기준 증권사(13.85%), 저축은행(5.56%), 여신전문 업체(4.44%), 상호금융(4.18%) 등 2금융권의 연체율이 높았다.
2금융권의 높은 연체율은 PF 대출 초기 단계인 '브리지론'과 관련 있다. 건설사는 주로 2금융권을 통해 착공 전 초기 사업비를 조달하는 '브리지론'을 활용한다. 그런데 부동산 경기 침체로 브리지론 단계에서 사업이 좌초되면서 본 PF로 넘어가지 못하는 사업장이 속출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출 연체율이 급등하면서 부실 우려가 커지는 것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최근 일부 PF 사업장의 부실이 다른 사업장이나 금융권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상호금융권을 중심으로 관리 강화에 나섰다. 지난 7월 새마을금고 사태처럼 상호금융권에서 수신 자금이 대거 이탈할 가능성이 존재해서다.
이런 가운데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건설사 줄도산 위기론도 커진 실정이다. 현재 태영건설은 PF 대출 규모가 자체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시장 평가를 받는다. 28일을 시작으로 내년 초까지 PF 대출 만기를 줄줄이 앞둔 점이 변수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로 구성된 이른바 'F(Finance)4' 멤버들은 지난 26일 태영건설 워크아웃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다. 태영건설은 현재 화력발전소 포천파워의 지분 15.6%를 매각 처분하는 한편 부천시 군부대 이전 사업장의 공동 경영 시공사를 물색하는 것으로 전해지는 등 경영 정상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건설사들의 줄폐업 위기가 향후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폐업신고한 경기지역 종합건설업체는 모두 119곳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교수는 "건설사들이 폐업하면 입주 및 분양 물량이 줄어들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 정부에서 책임준공 관리형 토지 신탁일 경우엔 준공 기한을 늘려주는 등 건설사의 채무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방안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