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사건으로 재판 중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자신이 관련 검찰 수사를 받던 기간 메모했던 내용들을 토대로 작성했다는 21쪽 분량의 ‘옥중노트’ 전문을 공개했다.

이 사건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 연관성 논란의 발단인 지난 7월 공개된 자신의 진술이 당시 검찰의 회유와 압박에 의한 것일 뿐 자신의 의도와 무관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려는 내용이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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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측 변호인단이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사건 관련 허위진술 강요 등 회유 및 압박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옥중노트 일부. /이화영측변호인 제공

■ 이화영 “검찰과 김성태, 방용철까지 함께 회유·압박”

28일 오전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인단(김광민 변호사·김현철 법무법인 KNC 변호사)이 수원지법 출입기자단에 공개한 해당 옥중노트에 이 전 부지사는 당시 수사 담당이던 A검사와 B부부장검사에게 지난 3~5월 무렵 허위진술 강요 등 여러 차례 회유와 압박을 받았다고 적었다.

쌍방울 그룹 전 임원이자 이 사건 피고인인 김성태 전 회장과 방용철 전 부회장까지 이미 검찰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상황이 돼 담당검사와 함께 자신을 압박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이 전 부지사는 김 전 회장이 “형님! 평생 징역 살수도 있어요. 이재명 어차피 끝났어요. 검찰 말 듣고 협조해 빨리 나갑시다”라고 하고, 방 전 부회장도 “김 회장님 말이 맞아요. 우린 이미 결정했어요. 협조 않으면 더 많은 혐의 뒤집어 씌울 수 있어요”라고 검찰청에서 자신에게 말했다고 노트에 썼다.

이에 지난 5월 “이재명 지사에게 김성태가 돕고 있다는 취지의 말씀을 드린 기억이 있다”는 진술서를 검찰에 제출하고, 이후엔 “스마트팜 비용 대납은 전혀 모르는 일이다. 다만 이재명 지사 방북과 관련해선 협조를 (쌍방울에)요청한 바 있다”고 진술하면 되겠냐고 A검사에게 얘기했었다는 게 이 전 부지사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이후인 6월 9일 B부부장검사가 “이 정도 진술로 검찰에 협조했다고 할 수 없다”고 하고, 같은 달 30일 A검사는 “뭔가 확실하게 이재명이 연결돼야 당신이 주범이 아닌 종범이 될 수 있다”며 보다 구체적인 허위진술을 강요했다고 이 전 부지사는 노트를 통해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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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측 변호인단이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사건 관련 허위진술 강요 등 회유 및 압박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옥중노트 일부. /이화영측변호인 제공

■ 수원지검 “당시 ‘이재명 보고 진술’, 재차 사실이라 밝혀”

하지만 검찰은 이 전 부지사의 주장처럼 허위진술을 강요하거나 회유·압박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7월 법정에서 공개돼 이재명 대표의 사건 연루 가능성을 불러 온 그의 진술에 대해서도 이 전 부지사가 이후 검찰에 해당 진술이 사실임을 다시 밝혔다고도 검찰은 설명했다.

수원지검은 이 전 부지사 변호인단이 위 옥중노트 내용을 근거로 A검사 등에 대한 탄핵소추 청원을 국회에 제출한 지난 27일 “검찰은 지금까지 적법 절차를 준수해 수사했을 뿐 이 전 부지사를 회유나 압박한 사실이 없다”며 이에 반박하는 입장을 내놓았다.

수원지검은 “이 전 부지사는 구속 이후 지인접견 184회, 변호인 접견 282회, 민주당 국회의원 및 관계자 특별면회 7회 등이 이뤄진것 뿐 아니라 검찰 조사 시에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및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받았다”며 “대북송금 관련 최초 진술은 민주당 법률위원회 소속 변호사 참여 하에 이뤄졌고, 검찰 출석 요구에도 여러 차례 불응하기까지 했는데 어떻게 회유나 압박이 이뤄졌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7월 공개된 이 전 부지사의 ‘대북송금 이재명 지사 보고’에 대해서는 “(해당 진술에 대해)이 전 부지사가 법정에서 ‘검찰에서 사실대로 진술했다’라고 했고, 이후 진행된 검찰 조사에서 종전 검찰 진술이 사실이라고 재차 밝히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옥중노트에서의 입장과 달리 해당 진술조서가 법정에서 공개됐을 당시만 해도 이 전 부지사가 검찰 측에 해당 진술이 사실임을 여러 차례 확인했었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공개된 옥중노트는 이 전 부지사가 과거 검찰 수사에 임하거나 법원에서 재판을 받을 때마다 구치소에 돌아가 남겨 둔 메모들을 토대로 최근 한 두달 사이 다시 작성해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 21쪽 분량인 이 노트 가운데 ‘허위진술 경위서’라는 주제로 작성된 1~8페이지의 경우 해당 내용들에 대한 과거 기록 날짜가 구체적으로 적혀 있지 않으며, 나머지 8~21페이지는 페이지마다 작성 날짜가 기재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