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방향 설명 필요' 명분 어긋나
文정부 검정, 보편적 검정과 먼거리
권력에 의한 교육 이념화는 위험
진보·보수 초월 기술 '국가 중대사'
교과서 발행 체계의 다양화 자율화라는 그럴듯한 당의정을 입혀 발표하였지만, 필자는 사회과 교과서에 대한 불길한 예감을 떨칠 수 없었다. 이유는 초등학생의 '초두효과(정보를 기억하거나 판단할 때, 처음에 제시된 정보가 뒤에 제시된 정보보다 더 강하게 영향을 미치는 현상)'로 인해 처음 접하는 현대사의 객관성 공정성 중립성 때문이었다.
학문적으로 정립되지 않은 현대사는 대학이나 학회에서 학술적으로 논할 사항이지 초등학교 교과서에 기술되면 치명적이다. 왜냐하면 이념이나 정부의 성격에 따라 내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사의 해석은 첫째, 다양한 시각과 의견을 국가, 지역, 계층, 그리고 문화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반영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같은 사건이라도 각자의 시각에서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둘째, 정보의 부족과 선별로 최근의 역사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한 자료가 제공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역사 자료는 편향될 수 있으며, 특정 시대나 사건에 대한 기록이 완전하지 않을 수 있어, 이로 인해 왜곡된 해석이 발생할 수 있다.
셋째, 현대사는 종종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특정 국가나 정부는 자신들의 역사를 긍정적으로 보이려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역사 자료의 편향이나 조작이 발생할 수 있다.
넷째, 현대사는 빠르게 변하는 시대적 맥락과 함께 진행된다. 이로 인해 한 시대의 사건을 다른 시대의 가치관이나 이해체계에 맞춰서 해석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해방 후 문맹률이 77.8%, 1953년 휴전 당시 국민소득 67달러였는데,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의 민주적 시각과 잣대로 재단하는 예가 해당한다.
다섯째, 역사학은 다양한 관점과 방법론을 포함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특정한 시각이나 해석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서로 다른 학자들이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복잡한 현대사를 해석할 때에는 사건 중심적·사회경제사적·문화사적·정치사적·인식사적·비교사적·이론적 접근법 등을 복합적으로 사용하여 다양한 시각에서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리한다. "초등학교 6학년 사회과 11종의 교과서는 '국가가 주는 하나의 관점이 아니라 하나를 놓고 여러 방향에서 설명할 수 있는 다양한 교과서들이 필요하다'는 명분은 어긋났다. "정치인들은 반대편을 헐뜯고 악마화 하지만, 단언컨대 한국 현대사에 히틀러나 스탈린 같은 역사적 '빌런(villain 악당)'은 없었다"고 역사학자 송재윤 교수는 일갈(一喝)하고 있다. 그러면서 진영을 넘어 미래를 위한 교육을 그리자고 호소한다.
전술한 현대사 해석의 다양한 관점과 접근에서 현재 발행된 초등사회과 11종의 검정 교과서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정치 발전'에서 작은 주제 '민주주의 발전과 시민 참여' 내용은 초등학생에게 자학의 역사관, 증오의 역사관으로 이승만 건국 대통령에 대하여는 '후임자의 저주'에 가까운 부정적 기술의 극치를 보는듯하다. 따라서 현대사가 학문적 중립성과 학생들의 교육에 부합하는 내용을 제공하는데, 문재인 정부의 검정 기준은 만족시킬지 몰라도 보통 시민들의 보편적 검정과는 화성과 금성만큼 거리가 멀다.
교과서가 시중의 잡지인가? 권력에 의한 교육의 이념화 진영화는 위험하다. 수학·과학과 달리 사회과목의 경우 진보·보수 진영을 초월하여 현대사의 올바른 기술은 어느 국정 과제보다 국가 차원의 중대사다. 윤석열 정부의 '역사 바로 잡기'의 신중한 고민과 천착(穿鑿)을 기대해 본다.
/김기연 청렴강사·前 평택교육지원청 교육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