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본래뜻은 도끼로 나무 다듬는다는 뜻
참신하려면 '낡은 것과 결별' 고통 견뎌야
선거의 계절 여야 저마다 혁신경쟁 벌일것
시민 삶 새롭게 할 '新民' 가치인지 지켜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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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 인하대 초빙교수·객원논설위원
송구영신(送舊迎新)은 새해 인사말이다. 묵은해 낡은 것을 보내고 새로운 해, 새로운 것을 맞이하자는 말이다. '새롭다'는 말의 뜻을 음미해 봄직하다. 새롭다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이제까지 있지 않았던 것, 그 전에는 듣거나 보거나 알지 못하던 것을 말한다. 시간적으로는 옛날과 대비되며 오래되고 낡은 것과 대비되는 말이다. 새로운 출발이나 새로운 선택은 현재를 넘어 미래지향적인 희망도 내포되어 있다.

새롭다는 말은 동쪽을 의미하는 우리말 고유어 '새(ㅅㆎ)'에서 파생된 말로 짐작된다. 동풍을 '샛'바람이라 하고 해가 뜨는 것은 날이 '샌다'라고 한다. 또 새벽이나 샛별도 모두 해가 뜨는 것과 동쪽과 관련되는 말이다. 설날의 '설', 한 살 두 살 할 때의 '살'은 모두 같은 뿌리의 말로 보인다. 동쪽에 서광이 비치고 해가 솟아나면 날이 밝아온다. 새롭다는 말의 뜻은 기본적으로 밝아진다는 것이며 어둠은 물러가고 어둠에 묻힌 사물이 모습을 되찾게 된다는 뜻이다.

새롭다는 말은 가치 있다는 말이다. 신세계는 유토피아는 아니라도 꿈꾸던 세상이며, 신기원은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는 말이다. 기능 개선을 통해 성능이 가장 우수한 물건임을 내세울 때는 최신식이라고 자랑한다. 해가 바뀌고 날이 바뀐다고 다 새로운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날이 더하고 해가 더해지면 물건은 낡고 생명체는 병들고 죽어가기도 한다. 영고성쇠할 수밖에 없는 생명의 황혼은 서쪽, 해가 지는 것으로 비유한다. 그리고 낯선 것, 못 보던 것이라고 다 새로운 것은 아니다. 바이러스 변이종인 신종플루는 대처가 어려워 수많은 감염자와 사망자를 낳는다.

'신군부'라는 말은 어떤가. 신군부의 중심은 전두환을 비롯한 육사 11기생의 주도로 결성된 군대 내부 비밀 사조직 '하나회'였다. 이들은 10·26정변 후 계엄사령관을 연행하고 대통령을 협박하여 12·12군사반란을 일으켜 군부를 장악하였으며, 5·17 쿠데타를 통해 국가권력을 찬탈한 쿠데타 세력이자 내란의 주모자들이었다. 1988년 5공 청문회가 열리면서 언론에서 '이들'을 '신군부'라고 불러 마치 군대 개혁세력처럼 들리지만 실은 군내부를 분열시키는 퇴행적 정치군인들이었다. '신군부'의 본질은 12·12군사반란 세력이며 5·17쿠데타 주도세력이다.

한국의 뉴라이트도 보수의 혁신과는 거리가 멀다. 신보수주의의 물결은 복지국가론을 비판하며 작은 정부와 시장경제를 강조하는 정치경향을 가리키지만 한국의 뉴라이트는 주로 운동권 중 주사파나 민족해방파(NL) 전향 집단을 가리킨다. 뉴라이트는 개혁보수나 혁신 보수를 뜻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보수거나 보수파보다 강경한 극우 성향을 보이는데 이는 과거와의 단절을 통해 존재증명을 해보여야 하는 전향집단의 특성 때문이다.

새로움은 결코 고통 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새롭다는 말의 한자어 '신(新)'의 본래 뜻은 도끼로 나무를 베거나 다듬는다는 뜻이다. 참신(斬新)이란 말의 한자어도 도끼로 무엇인가 끊어내고 잘라낸다는 으스스한 말이다. 참신하려면 익숙한 것 낡은 것과 결별하는 고통을 견뎌야 하는 것이다. 혁신(革新)은 근본적인 변화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 말은 동물의 날가죽을 무두질하여 의복용 가죽으로 만드는 일에서 유래된 것이다. 모피를 칼로 훑어 털과 기름을 제거하고 석회에 절이고 발효시켜 부드럽게 만드는 까다롭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새로움을 얻자면 익숙한 것과 결별하는 용기와 남이 가지 않은 길을 여는 지혜가 필요하다. 새로운 예술작품은 작가의 창의적인 고뇌의 산물이다. 윤동주가 '새로운 길'은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이라고 노래했듯이 나날이 일신(日新)하려는 인내심도 필요하다. 지금은 선거의 계절이다. 정당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저마다 새롭다고 혁신경쟁을 벌일 것이다. 유권자들은 그 혁신이 과연 세상을 새롭게 하고 나아가 시민의 삶도 새롭게 할 수 있는 '신민(新民)'의 가치인지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김창수 인하대 초빙교수·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