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인 지진해일의 국제용어가 일본어 쓰나미(津波)이다. 한자의 의미대로면 나루터의 파도 쯤이니 엄청난 인명피해를 낳은 재앙의 표기로 맞나 싶다. 일본에서도 나루나 항구를 덮친 크고 작은 모든 종류의 해일의 통칭으로 사용되다가, 1946년 하와이 지진해일 참사를 현지 일본인들이 쓰나미로 불러 오늘에 이르렀는데, 지진의 나라 일본을 상징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쓰나미의 발생 원리는 간단하다. 해저 지진으로 단층이 발생하면 바다가 출렁이며 파도를 만들고, 이 파도가 파장을 타고 육지를 덮친다. 지진 강도, 진앙과의 거리, 연안의 경사에 따라 피해 규모가 달라진다. 강력한 지진이 일으킨 쓰나미는 시속 700㎞로 이동하는데, 해변의 물이 먼 바다로 빠지는 현상은 최악의 쓰나미가 임박했다는 전조증상이다.
우리의 뇌리에 선명한 쓰나미는 2011년 발생한 일본 동북지방 태평양 지진이다. 진앙이 연안에서 가까웠던 탓에 지진 발생 20분 안팎에 거대한 해일이 이와테, 미야기, 후쿠시마 등 동북지역 해안을 휩쓸었다. CCTV에 고스란히 녹화된 노도(怒濤)의 전진에 인간의 문명은 속수무책이었고 2만명 가까이 희생됐다. 최악의 피해는 2004년 발생한 인도양 쓰나미로, 14개국에서 22만7천여명이 숨졌다.
새해 벽두 일본 이시카와현에서 발생한 지진의 여파로 동해안에 쓰나미가 몰려왔다. 동해시 묵호항에서 85㎝로 가장 높았고, 속초·강릉·삼척·울진 등 동해안 7번국도변 해안도시들이 빠짐 없이 쓰나미를 맞았다. 규모가 작아 특별한 피해는 없다니 다행이지만, 일본 해역의 지진 발생 위치에 따라 우리도 쓰나미를 정통으로 맞을 수 있다는 경고는 엄중하다.
지진을 머리에 이고 사는 일본도 역대급 대지진과 쓰나미엔 대책이 없다. 일본 본토와 동쪽 해역에 주로 발생하는 지진 때문에, 일본을 한반도 지진 방어막으로 인식해왔다. 이번에 그 상식이 깨졌다. 동해를 바라보는 일본 해역에서도 얼마든지 강진이 발생할 수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동고서저 국토지형 때문에 동해안 도시의 시민과 주요시설은 해안에 밀집해있다. 원전도 집중돼있다. 만에 하나의 확률과 경우일지라도 일본발 쓰나미에 대한 대책을 서둘러야겠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