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참사
‘이태원 참사’ 유가족 김호경(59)씨가 국회와 정치권에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제공

“아들이 돌아오지 못한 이유를 여전히 모르니까요.”

진눈깨비 내리던 3일 오전 수원시 장안구 국민의힘 경기도당 앞. 김호경(59)씨가 다시 거리로 나왔다. 2022년 10월 29일 서울 이태원을 찾았다 돌아오지 못한 아들 고(故) 김의현씨가 아침에 ‘다녀올게’라는 평범한 인사를 하고 나간 뒤 지금껏 “서울 한복판에서 길을 걷다가 사망한 이유를 알지 못해”서다. 그는 “같은 지역에 사는 (수원)시민들이 이렇게 마음을 함께해주시는데, 유가족으로서 목소리를 내지 않을 수 없어서 (거리로) 나왔다”고 했다.

김씨를 비롯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바라는 것은 국회 본회의에 올라온 ‘이태원 참사 특별법’의 통과다. 참사 직후 국회 국정조사와 경찰 특별수사가 진행됐지만 일부 실무자들의 행적만 피상적으로 쫓는 데 그쳤고, 책임자 처벌이 맹탕 수준이었던 탓이다. 이들은 특별법에 따라 진상조사기구가 꾸려지면 참사가 발생한 원인부터 피해가 커진 이유, 나아가 책임자들의 처벌 근거가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는 “유가족들이 한목소리로 요구하는 건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그리고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도록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와 ‘10·29 이태원 참사 수원대책회의’ 등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3일 오전 국민의힘 경기도당 앞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24.1.3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

이날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와 ‘10·29 이태원 참사 수원대책회의’ 등 지역 시민사회단체도 거리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참사 이후 유가족들은 올해도 차가운 겨울을 거리에서 보내고 있다”며 “참사의 실질적인 책임자는 누구 한 명 처벌받은 이 없고, 진상규명도 단 한걸음 진실을 향해 나아가지 못했다. 이렇게 흘려보낸 시간이 무려 1년 2개월이나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는 오는 9일 특별법 처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여야가 책임 있는 움직임을 보일 것을 강조했다. 이들은 “며칠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진정성 있는 태도로 협의에 나서 진상규명의 의지를 보여야 한다”며 “지금의 특별법의 본래 취지를 훼손하는 누더기 합의가 있어서는 더더욱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여야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달 28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안 처리를 이달로 미뤘다. 임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당시 “9일까지 (특별검사 관련 조항 없애고 법안 시행시기를 총선 이후로 연기하는) 수정안이 합의될 경우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하겠지만, 합의하지 못하면 민주당안으로 당일 처리하겠다고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약속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