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가치를 정하는 다양한 기준 중에 근접성이 있다. 뉴스가 배급되는 지역과 사건과 현상이 발생한 지역의 거리에 따라 뉴스의 경중을 정하는 경향을 말한다.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 사고도 우리에겐 해외토픽 정도로 보도되고, 지방의 큼직한 사건 사고가 수도권에선 단신으로 처리되는 식이다.
엊그제 서울 언론사들이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이 30만명 대로 떨어진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올해 취학 대상 아동이 41만3천56명인데, 통상적인 실제 입학률을 감안하면 30만명 대 중후반을 기록할 것이란다. 2년 후 2026년 초등학교 입학생 수는 2019년 출생아 수가 30만2천여명에 불과해 20만명 대로 추락한다고 전망했다. 서울 언론들은 전국적인 현상에 서울만 콕 집어 난리를 피운다. 2019년 7만8천여명, 2023년 6만6천여명이던 서울지역 초등학교 입학생이 올해 5만9천여명으로 급감했다는 것이다.
지방소멸은 신생아 울음소리가 멈추면서 시작됐다. 신생아가 없으니 초등학교들은 폐교와 통폐합으로 아이들을 모아 겨우 학교를 유지한 지 오래됐다. 지방의 학교 초토화 현상에 서울과 수도권 언론들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저출산 세대가 취학하기 시작하면서 지역 소멸이 지방만이 아니라 서울의 뉴스로 대서특필된 것이다.
지방소멸이 수도권 집중 탓이라면, 서울 초등학교 붕괴 현상은 국가적인 저출생 현상 때문이라 더욱 심각하다. 서울뿐 아니다. 지속적인 인구유입 지역인 경기도와 인천도 농촌과 도서 지역의 학교소멸 현상이 뚜렷하다. 도시지역도 저출생 영향이 본격화되면 서울의 학생수 급감 현상이 그대로 재현될 것이다. 전국 교원이 50만명이라 하고 초등교사들만 20만명이다. 초등학교에서 교사대 학생수가 1대1이 될 세상이 멀지 않았다. 길조인지 망조인지 판단이 안선다.
70대 이장이 동네 일을 보는 지방소멸 현상이 수도권 학교소멸로 확산돼 국가소멸을 걱정하는 지경에 이르는데 한 세대도 안 걸렸다. 지방소멸과 저출산 현상에서 예견하고 철저하게 대비했어야 할 재앙이 대책 없이 현실로 다가왔다. 지금은 초등학교 문제이지만, 20년 안에 중·고등학교, 대학교, 군대, 산업의 문제로 확대된다. 현실이 된 저출산 세대의 구멍을 메울 방법은 없다. 구멍은 그대로 두고 구멍의 폭을 줄이는데 국력을 집중해야 한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