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내 태영건설 사업장 50~60곳 불안 ↑”
경기도건설지부 11일까지 집회 예정
태영건설 “노조 주장 사실 아냐” 반박
“자구 노력 없는 태영건설을 국민 혈세로 지원하는 워크아웃 결사반대한다”
5일 오전 8시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경기도건설지부 소속 건설 노동자들이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이하 산은) 본점 앞에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태영건설이 얽혀 있는 공사 현장의 불안감은 점점 커지고 있지만, 태영건설이 이렇다 할 정상화 방안조차 내놓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경기도건설지부에 따르면 경기도내 태영건설 현장은 40~50곳에 달하는데, 곳곳에서 하도급 대금 문제가 발생 중이다. 일례로 경강선 광주역 인근에 조성 중인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선 임금 문제가 불거졌다. 통상 하도급 업체의 임금은 현금으로 지불하는데 어음으로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과 12월 모두 어음을 발행했는데 이 중 12월 어음의 경우 책임지겠다는 의사 표명도 없다는 게 건설지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건설지부 관계자는 “협력업체는 자금을 쌓아놓고 사업을 하지 않는다. 하도급 업체로선 ‘어음깡’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인부에게 임금을 제대로 못 주는 등 태영건설 위기로 협력업체도 자금 경색에 놓여 있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집회에서 홍상락 이천여주양평지부 정책부장은 “저는 평생을 건설 현장에서 보낸 건설노동자다. 지금 건설 경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누구보다 잘 안다. 이런 시기에 메이저 건설 회사가 무너지면 제 밥 벌이에 얼마나 많은 피해가 올 지 너무도 잘 안다”면서도 “그럼에도 출근을 하지 않고 여의도에서 태영건설 워크아웃 반대 집회를 연 이유는 미래가 걱정돼서다”라고 말했다.
건설 현장의 피해가 예비입주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홍 부장은 “제대로 집을 지어 소비자 신뢰 회복에 신경쓰기는커녕 무자격 불법 체류 노동자를 채용,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며 “망하기 전 한 푼이라도 더 챙겨 배를 채우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건설 현장을 이 같이 만들어 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 혈세로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돕게 된다면 이후 다른 건설사들도 ‘태영처럼 국민 혈세 지원을 받을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며 “우리도 힘듦을 견디겠다. 부디 산업은행도 지혜롭게 받아들여 달라”고 읍소했다.
경기도건설지부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하는 1차 금융채권자협의회가 열리는 11일까지 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경기도건설지부 주장과 관련해 태영건설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현장에서 불법 하도급, 외국인 노동자 불법 채용은 없다”며 “대금도 원래부터 현금이 아닌 어음으로 지급해 왔다. 노조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한편 워크아웃과 관련, 채권단의 분위기는 냉랭한 편이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3일 “구체적인 자구안을 제시하지 않고 ‘열심히 하겠으니 도와달라’고 하는 취지로만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채권단 75%가 이런 제안에 동의한다고 기대하긴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간곡함이 있다면 거기에 상응되게 자구계획안을 제출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