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망향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대수압도
6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망향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대수압도에 해안포대(붉은 원)의 문들이 열려있다. 2024.01.06 연평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제2의 포격사건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걱정이 커졌어요.”

6일 인천 옹진군 연평도. 전날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 기습적으로 200여발 이상의 포 사격을 실시한 데 이어 이틀째 포격 도발을 감행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군이 이날 오후 4시부터 1시간가량 연평도 북서방에 포탄 60여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포탄은 서해 북방한계선 북측 해상완충구역에 떨어졌다. 해상 완충구역은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해상 무력 충돌 방지를 위해 서해와 동해 NLL 일대 해역에 설정됐다. 군사합의에서는 이 구역에서 포사격이나 해상기동훈련을 할 수 없도록 했다.

북한이 포 사격을 실시한 이후 연평도에서도 굉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연평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옥수(55)씨는 “어제 오전 북한이 포 사격을 할 때는 포 소리를 못 들었다”며 “오늘은 포 소리가 들리고 식당에서 밥 먹던 군인이 급하게 나갔다. 무슨일이 벌어질까 무섭다”고 말했다.

연평도 주민 박인환(65)씨는 “포 사격 소리를 여러 번 들었다”며 “이런 소리를 들을 때 마다 주민들은 불안하다”고 했다.

인천시는 이날 오후 8시 6분께 ‘[실제상황] 오후4시~4시50분 북, 강령곶에서 연평도 북서쪽 방향 해안포 60여발 사격, 현재상황 종료, 북 특이동향 없으나 야외활동 자제바랍니다’라는 내용의 재난문자를 연평도 주민들에게 발송했다.

우리 군은 전날과 달리 북한의 포 사격에 대응하는 해상사격은 실시하지 않았다. 전날에 연평도와 백령도에 내려졌던 대피령도 이날은 내려지지 않았다.

연평면사무소 관계자는 “부대로부터 훈련 등에 대한 내용은 전달받지 못했다”며 “이와 관련한 안내방송 등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북한의 잇따른 포격 도발에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전날인 5일 연평도와 백령도 주민들은 대피령이 떨어진 뒤 허겁지겁 집 밖으로 나와 인근 대피소로 피신했다. 오후 3시40분께 해제돼 주민들은 일상으로 다시 돌아갔지만, 2010년 북한이 연평도에 가한 포격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전날의 긴급 상황은 공포감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남부리 경로당에서 만난 주민 채모(84)씨는 “12시 좀 안 돼서 면사무소에서 연락이 와서 경로당에 있던 노인들과 인근 대피소로 향했다”며 “이웃들과 ‘설마 큰일이 나겠느냐’ 이야기를 하다가도 혹시나 그때(2010년 포격) 같은 일일까 불안했다”고 말했다.

북한의 포 사격이 끝난 뒤에야 대피 안내를 받았던 주민들은 정부의 대처에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동부리 4호 대피소 앞에서 만난 주민 조은주(57)씨는 “전날 이 대피소에 40~50명의 주민들이 모여 있었다”며 “며칠 전부터 우리 군의 훈련이 있을 거라는 안내문자를 미리 받았고, 면사무소에서도 별다른 설명이 없어서 대피 당시에도 북한의 도발이 있었다는 걸 전혀 알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뉴스로 북한 도발 소식을 접했는데, 10여년 전 포격사건이 떠올랐다”며 “하마터면 큰일이 날 수 있는 비상사태였는데도 주민들에게 곧바로 전달되지 않은 게 이상하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주민 정창권(70)씨도 “북한의 도발 사실을 대피 후에야 알았다”며 “섬 주민들에게 미리 알려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합참은 “북한의 연이은 적대행위 금지구역 내 포병사격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라며 즉각 중단할 것을 북한에 강력히 촉구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민은 “어제 연평도에서 육지로 갈 수 있는 유일한 교통수단인 배편이 막혀서 혹시 전쟁이라도 날까 불안에 떨었다”며 “유사시에 주민들을 위한 전용 대피선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푸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