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합의 파기로 남북 대치 최고조
"여객선까지 통제" 주민 불안·분노
유정복, 주민보호대책회의 소집도
북한군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북측에 연일 포 사격을 실시해 연평도 등 서해 5도 일대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9·19 군사합의 파기로 남북 간 군사적 대치 상황이 최고조에 달했는데, 연평도 등 서해 5도 주민들 사이에서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주민 보호대책'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지난 5일 오전 9시부터 약 2시간 동안 북한군이 백령도 북방 장산곶, 연평도 북방 등산곶 등 서해 NLL 북측 완충구역에 200발 이상의 포 사격 도발을 감행했다. 또 6일 오후 4시부터 약 1시간 동안 연평도 북서측에 60발의 포 사격에 이어 7일 오후 4시 이후에도 포 사격을 감행했다.
북한의 이번 도발은 "북남군사분야 합의에 따라 중지했던 모든 군사적 조치들을 즉시 회복할 것"이라며 9·19 군사합의를 일방 파기한 지 43일 만에 이뤄졌다.
포격 후 4시간이 지나 우리 군은 합참 공보실장을 통해 이 사실을 국민에게 알렸다. "위기 구조의 상황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 있다"면서 경고했지만 서해 5도 주민의 안전을 책임지겠다는 발언은 없었다. 인천시가 보낸 '실제상황 (중략) 만일의 사태에 유의 바란다'는 짧은 문자메시지는 불안을 해소하는 데 어떤 도움도 주지 못했다. 지난 5일 오후 우리 군 요청으로 여객선 운항이 통제된 서해 5도는 '고립된 섬'이었다.
6일 연평도에서 만난 주민들은 전날 고립 상태에 빠진 경험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서해상에서 남북의 강경 대치 상황을 피부에 와닿는 일로 느끼는 건 이곳 주민뿐이라는 것이다.
연평면 부녀회장 김영애(64)씨는 울분에 가득차 말을 이었다. 그는 "이전에도 안보 정책에 있어 주민 배려가 전혀 없다고 느꼈는데, 이번에는 여객선까지 통제됐다"면서 "상황이 악화됐다면 섬에 갇혀 죽으라는 것인데, 빈 배라도 들여와서 주민을 태우고 나갔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전날에 이어 6일 오후 4시부터 시작된 북한의 포 사격은 식당에서 밥을 먹던 군인들이 뛰쳐나갈 정도로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주민들은 밤새 불안에 떨어야 했다.
7일 오전 유정복 인천시장은 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주민보호대책회의를 소집했다. 유 시장은 "'서해 5도에 사는 것만으로도 애국'이 될 수 있도록 정주지원금 확대와 생업에 도움이 될 정책들을 계속해서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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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유진주·백효은기자 yoopear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