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6일 이어 7일도 포성 감지
늦장 재난문자 등 당국 대처 분통
생계까지 위협… 근본 처방 필요
"제2의 포격전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커졌어요."
7일 인천 옹진군 연평도는 사흘간 이어진 북한의 포격 도발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북한은 지난 5일에 이어 6~7일에도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 기습적으로 포 사격을 실시했다. → 표 참조
합동참모본부는 5일 오전 9시께부터 2시간 동안 북한군이 백령도 북방 장산곶 일대와 연평도 북방 등산곶 일대에 200발 이상의 포 사격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북한군은 다음 날인 6일에는 오후 4시부터 1시간가량 연평도 북서방에 포탄 60여 발을 발사했다.
7일에도 오후 4시께 연평도에서 북측의 포성이 감지됐다.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연평도 주민들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13년여 전인 2010년 11월23일 북한이 연평도에 포격을 가한 그날의 악몽을 또렷이 기억하는 섬 주민에겐 이틀째 이어진 북한의 도발이 공포감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연평도 남부리 경로당에서 만난 주민 채모(84)씨는 "이웃들과 '설마 큰일이야 나겠느냐'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도 혹시나 그때(2010년 포격전)와 같은 일이 생길까 봐 불안했다"고 말했다.
주민 조은주(57)씨도 "며칠 전부터 우리 군의 훈련이 있을 거라는 안전문자를 받았고 면사무소에서도 별다른 설명이 없어서, 대피 당시에도 북한의 도발이 있었다는 걸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5일 주민 대피령이 떨어졌다 해제된 지 하루 만에 북한은 보란듯이 포 사격을 재개했다. 6~7일에는 연평도 주민들도 포성을 들었다.
연평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옥수(55)씨는 "오늘(6일)은 포 소리가 들리고 식당에서 밥 먹던 군인이 급하게 나갔다. 무슨 일이 벌어질까 무서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주민들은 군 당국 등 정부의 대처에 분통을 터뜨렸다. 5일 오전 북한의 포 사격이 끝난 뒤에야 주민들은 대피 안내를 받았다. 6일 오후에도 바다 넘어 들려오는 포 소리에 떨어야 했던 주민들은 인천시가 뒤늦게 상황이 끝났다는 내용의 재난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 전까지 아무런 정보를 접할 수 없었다. 7일에도 주민들이 먼저 북측의 포 소리를 인지한 뒤에 재난문자가 발송됐다.
20년 넘게 백령도에서 살고 있다는 김명자(62)씨는 "배는 주민들의 유일한 교통수단인데, 여객선이 통제될 정도로 북한과의 대립이 생기면 그 불안감은 고스란히 주민들이 받는다. 그 피해는 누가 책임지느냐"고 호소했다. 또 "남북관계가 경색될 때마다 서해 5도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생계를 걱정한다. 여행객이 들어와야 해산물을 소비하고 렌터카·숙박업체가 손님을 받는데, 벌써부터 '올해는 다 틀렸다'는 말이 나온다"며 "정부에 '단체 이주'를 요구하고 싶을 정도"라고 푸념했다.
주민 박정기(43)씨는 "포격전 등이 일어나면 사후 대응을 아무리 잘해도 이미 피해가 많이 발생한다"며 "정부가 북한의 도발, 포격전 자체를 방지해 주민들의 불안감을 종식시켜 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시민들도 서해 5도 주민들이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도록 정부가 근본적 처방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 인근 식당 직원 김모(71)씨는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마다 대피해야 하는 섬 주민들은 얼마나 힘들겠느냐"며 "정부가 외교적으로든 군사적으로든 현명하게 대처해 서해 5도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줘야 한다"고 했다.
다른 음식점 주인 우상범(64)씨는 "최근 북한의 도발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는 대책을 내놓지도 않고, 크게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느낀다"며 "서해 5도 주민은 물론 연안여객터미널 인근 소상공인들까지 매출에 영향을 받는 상황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연평도/백효은·이상우, 정선아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