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서해 NLL 포 사격 연락 지연
연평도 11시 24분·백령도 12시 30분
인천시 재난문자는 오후 1시 21분께
북한이 연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 기습적으로 포 사격을 가하는 동안 가장 긴급히 대피해야 할 인천 연평도 등 서해 5도 주민들은 정작 위급 상황이라는 걸 전혀 인식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군 당국은 지난 5일 2시간이나 이어진 북한의 포격 도발이 끝난 후에야 관할 지자체인 옹진군 등에 주민 대피를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합동참모본부와 인천시 등의 공식 발표를 종합하면 북한은 5일 오전 9시께부터 2시간 동안 백령도 북방 장산곶 일대와 연평도 북방 등산곶 일대에 200발 이상의 포 사격을 실시했다. 그러나 연평도 주민들은 북한의 포 사격이 시작된 지 2시간20여분, 종료 시점으로는 20여분이나 지난 오전 11시24분께에야 대피소로 피신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
연평면사무소 관계자는 "군 당국으로부터 11시24분께 주민들을 대피시켜 달라는 요청을 받고 이를 전파했다"며 "주민들은 그때 북한의 도발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군 당국으로부터 뒤늦게 연락을 받은 옹진군과 연평면사무소는 문자메시지와 대피방송 등을 준비하고, 인천시 재난안전종합상황실에 유선으로 상황을 보고했다.
나재경(58) 연평면 서부리 이장은 "북한이 포격을 오전에 했다던데, 11시30분 정도가 돼서야 면사무소에서 보낸 문자메시지 등으로 그 사실을 알았다"며 "(늦게 알린 것에 대해) 주민들이 화가 많이 났다"고 말했다.
서해 최북단 섬인 백령도 현지는 연평도보다도 1시간이나 더 늦은 낮 12시30분께 군 당국의 연락을 받았다. 백령면사무소 관계자는 "12시30분께 군부대로부터 '1시에 대피 안내방송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전했다.
인천시 재난문자는 오후 1시가 넘어서야 서해 5도 주민들에게 발송됐다. 인천시는 오후 1시21분께 '[실제상황] 완충구역 북 해안포 사격으로 우리 군은 오늘 오후에 해상사격 예정입니다. 서해 5도 주민께서는 만일의 사태에 유의해 달라'는 내용의 재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뿐만이 아니다. 바다로 조업을 나간 백령도·대청도 등 어선에 대한 통제는 포격이 시작된 지 3시간이 넘은 낮 12시께에야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아침 출항한 백령도·대청도 어선은 6척으로, 북한의 포격이 진행되는 동안 바다에서 한창 조업 활동을 하다 인천해양경찰서의 조기 입항을 요청받아 돌아왔다.
인천항을 출발해 백령도로 향하던 여객선 '코리아프린스'호는 뒤늦게 인천운항관리센터의 연락을 받고 낮 12시30분께 출발한 지 50여 분 만에 회항했다.
북한군은 6일에도 오후 4시부터 1시간가량 연평도 북서방에 포탄 60여 발을 발사했다. 우리 군은 전날과 달리 북한의 포 사격에 대응하는 해상사격은 실시하지 않았고, 전날 연평도와 백령도에 내려졌던 대피령도 이날은 없었다.
인천시는 이날 오후 8시6분께야 '[실제상황] 오후 4시~4시50분 북, 강령곶에서 연평도 북서쪽 방향 해안포 60여 발 사격. 현재 상황 종료, 북 특이 동향 없으나 야외활동 자제바랍니다'라는 내용의 재난 문자메시지를 연평도 주민들에게 발송했다.
7일에도 오후 4시께 주민들이 먼저 북측의 포 소리를 인지했고, 40여분 뒤인 오후 4시43분께 재난 문자메시지가 발송됐다. 군 당국 등의 늑장 대응과 관련해 해병대 연평부대 관계자는 "(도발 전파 시각 등은) 보안상 확인해줄 수 없다. 상급부대에 문의해달라"고 말을 아꼈다.
/정운·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