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경제적 어려운 사람들에게
한없이 애정 베풀어야' 다산의 뜻
죄수도 보살피는게 '목민관 책무'
추위에 우리 주변 약자들 챙기고
온정 베푸는 일에 모두가 관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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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 다산학자·우석대 석좌교수
'목민심서'는 참 좋은 책이다. 새해에 들어서 나는 또 '목민심서'를 꺼내 이곳저곳을 읽어본다. 아직 깊은 겨울철이어서 어려운 때에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어떻게 대해야 올바른 목민관들의 역할인가를 알아보려는 마음에서 해보는 일이다.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약자들, 목민관은 어떻게 그들을 대해야 할 것인가를 살펴보았다. 그래서 애민(愛民)편을 뒤적여 보았다. '애민'이란 백성을 사랑하고 아껴주라는 의미여서 거듭거듭 읽어도 읽을수록 가치있는 내용을 수없이 발견하게 된다.

힘없고 약하며, 가난하고 병들고, 뜻밖의 재난에 허덕이는 백성들에게 한없는 애정을 베풀어야 한다는 다산의 뜻이 눈물겹도록 자세하게 열거되어 있으니 무심코 넘어가기가 쉽지 않다. 우선 양로(養老) 조항부터 보자. 힘없고 가난한 노인들을 보살피자는 내용이니 그 일이 얼마나 값이 높은 일인가. 붙들어주고 도움을 주지 않으면 살아갈 길이 없는 노인을, 그들을 외면한다면 사람 사는 세상이겠는가. 둘째, 자유(慈幼)조항이다. 육아에 어려움을 겪는 가정에 도움도 주어야 하지만 고아들을 돌보고 교육시키는 일, 현대 사회에서 더욱 중요한 일 중 하나이다. 셋째, 진궁(振窮)조항으로 세상에서 가장 궁하게 살아가는 홀아비·과부·고아·독거노인 등 돌봐주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그들, 그들을 붙잡아 일으켜 주어야만 한다.

넷째, 애상(哀喪)조항으로 상을 당한 불쌍한 집안을 돌봐주는 일이다. 사람이 죽어 슬픔에 겨워 있는 집안을 돌봐주는 일이다. 다섯째, 관질(寬疾)조항으로 중병의 환자나 신체가 온전치 못한 장애인들을 돌보는 일이며, 마지막 구재(救災)는 천재지변의 재난을 당한 사람들을 구제해주는 일이다. 이 여섯 가지에 처해 있는 사람들이 바로 다산이 말하는 백성(民)이다. 이런 공식적인 약자들 이외에도 또 마음을 기울여야 할 불쌍한 약자들이 있는데 그들은 바로 형전(刑典), 휼수(恤囚)조항에 나오는 감옥에 갇힌 사람들이다.

다산은 감옥은 바로 지상의 지옥이라고 했다. 땅 위의 지옥에서 살아가는 수감자들, 그들은 또 얼마나 불쌍하고 서러운 사람들인가. 감옥은 아니지만 창살 없는 감옥에서 신음하는 유배객들 역시 불쌍하고 서러운 사람들이다. 이들 죄수나 유배객에게 마음을 기울이는 일 또한 목민관들이 해야 할 큰 책무 중의 하나이다. 다산은 죄수들이 당하는 다섯 가지 고통에 대한 이야기를 상세하게 기록해 놓았다. 형틀에 매어 있는 고통, 간수들의 토색질, 옥 안에서의 질병과 기한, 수사와 재판의 지연은 죄수들을 가장 괴롭히는 일이라고 했다. 고통의 절정에서 한없이 외롭고 쓸쓸한 그들에게 법이 허용하는 온정을 베푸는 일이야말로 인간인 목민관이라면 마땅히 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 곤궁할 때 받은 감동은 골수에 새겨지고, 곤궁할 때의 원망 또한 골수에 새겨지는 것이다. 덕을 품고 죽으면 반드시 저승에서 보답이 있을 것이요, 원한을 품으면 반드시 저승에서의 보복이 있을 것이다. 천지가 변화하고 추위와 더위가 교대로 옮겨지듯, 부귀한 사람이 반드시 항상 즐거움을 누리는 것도 아니고, 곤궁하고 고통받는 사람도 역시 하늘의 보살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니, 군자라면 이에 마땅히 조심조심 마음을 다해야 한다"(겸제원절목기)라고 말하며 죄수나 유배객을 보살펴야 한다는 뜻을 간절히 설명하였다.

세상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곳은 감옥이다. 죄는 미워도 사람을 미워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죄수들이 인간답게 살아가도록 도움을 주는 일은 가장 복 받을 일이다. 특히 요즘 같이 불공정한 수사와 재판이 다반사인 지금, 모두가 죄가 있어 감옥 생활을 하는 것도 아닐진대, 더욱 마음을 기울여 보살펴주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옛날의 목민관과 지금의 목민관은 다르다. 하는 일과 소관 업무가 다르기 때문에 오늘의 모든 목민관에게 예전의 목민관들이 하던 일을 하라고 할 수는 없다. 여기서의 목민관은 행정부의 공무원만이 아닌 소관 업무를 맡은 공무원들이 그렇게 해주기를 바라는 뜻으로 바꿔보면 될 것이다. 아직도 따뜻한 봄이 오기까지는 시간이 멀다. 추위가 가시지 않는 오늘, 주변의 사회적 약자들에게 온정을 베푸는 일에 우리 모두가 관심을 기울여야 하리라.

/박석무 다산학자·우석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