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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사람을 얼마나 따라잡을 수 있는가에서 이제는 사람이 얼마나 인공지능을 따라잡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이 관심사가 된 시대가 됐다. 바둑이 그러하고, 컴퓨터 게임이 또한 그러하다. 지난 3일 AP통신은 열세 살 미국 소년 윌리스 깁슨이 세계 최초로 패턴-기반 퍼즐 게임인 '테트리스'를 끝판까지 깼다고 보도했다. 테트리스를 끝까지 깬 것은 인공지능만이 완수했던 일이라 한다.

깁슨은 게임 시작 40분 만에 점수 999999점 상태에서 게임 화면이 멈춰 버리는 상태 즉 코딩의 한계로 더 이상 블록이 생성되지 않고 얼어붙은 이른바 킬 스크린(kill screen)에 이른 상황을 유튜브에 올리면서 이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지금까지 킬 스크린 상태까지 도달한 것은 '스택 래빗'이라는 테트리스 인공지능뿐이었다고 한다.

아케이드 게임의 대명사인 테트리스는 1985년 구소련의 프로그래머인 알렉세이 파지노프가 개발한 게임으로 동료인 드미트리와 파블로프스키가 도와주었다고 알려져 있다. 테트리스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되고 있는 멜로디는 19세기 러시아민요인 '코로베이니키'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그런데 구소련에서는 개인에게 지적재산권을 인정하지 않아 게임을 특허화하지 못하고 온갖 법적 분쟁을 거치다가 1989년 게임 회사인 닌텐도가 저작권을 확보하고 1989년 출시했다.

게임이 청소년들의 오락거리에서 e스포츠로 발전한 지 오래전이고, 2020년 국내 최초로 서울 은평구 은평메디텍고에서는 e스포츠과를 설립하여 프로게이머를 육성하는 정규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의하면,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국내 e스포츠 아마추어 선수만 해도 200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제 게임은 오락이 아니라 프로스포츠이자 산업이다.

게임이 이렇게 각광받는 것은 우리 청소년들이 즐길 이렇다 할 오락거리가 부족한 현실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1960년대 좌파 학생들의 조직인 '전공투'가 실패한 뒤 현실에 좌절한 젊은이들이 '기동전사 건담' 같은 애니메이션과 비디오 콘솔게임이라는 인공의 낙원으로 도피하면서 애니메이션과 게임산업이 활성화했다는 연구도 있다. 우리 청소년들에게 꿈과 비전을 줄 수 있는 사회, 청소년들이 누릴 수 있는 다양한 문화가 있는 세상을 만들어줘야 한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