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주민들, 대책추진위 준비 모임

헬기·군함 등 대피 수단 마련 안돼

"우편 다시 되돌아오는 일도 빈번"

인천시·옹진군에 보장대책 요구하기로

북한이 지난 5~7일 사흘간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을 향해 기습적으로 무력 도발을 감행한 가운데 직·간접적 피해를 받은 인천 연평도 주민들이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집단행동에 나서기로 해 주목된다.

북한의 NLL 해상 사격이 시작된 지난 5일 연평도 주민자치위원 등 주민들은 오는 30일 '해상교통안전대책추진위원회' 출범을 위한 준비 모임을 가졌다.

연평도 토박이라고 밝힌 주민 조은주(58)씨는 "(북한의 도발로) 인천 내륙과 연평도를 오가는 여객선이 곧바로 통제되면서 우리 주민들은 유사시에 섬을 탈출할 방법이 없다는 걸 알고 더욱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조씨는 이어 "유사시에 예비 군함, 헬리콥터 등 대피 수단이 마련된 것도 아니고, 꽃게 조업이 끝나 큰 어선들조차 수리를 위해 육지로 나가 있어 극도의 공포감마저 느꼈다"고 털어놨다.

연평도 주민들은 육지로 이동할 수 있는 유일한 교통수단인 여객선의 잦은 결항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 현재 연평도와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을 운항하는 배는 코리아킹호(534t), 코리아스타호(494t), 코리아프린세스호(534t) 등 3척이다.

하루 두 차례 왕복 운항하는 코리아킹호는 정기 점검에 들어가 다음 달 초에야 운항을 재개한다.

이를 대체하기 위한 선박으로 인천~백령도를 운항하는 코리아프린세스호가 임시 투입된 상태다. 코리아스타호는 속도가 느려 하루 한 차례 왕복 운항만 가능하다. 선박 3척은 모두 차량을 수송할 수도 없다.

조씨는 "겨울만 되면 선사에서 정기 수리 등을 이유로 하루 두 차례 운항 일정을 한 차례로 줄여버리기 일쑤"라며 "가뜩이나 날씨 때문에 결항이 많은 겨울에 정기 수리까지 겹치면 주 2~3차례로 운항 횟수가 확 준다"고 말했다.

지난 5일에는 북한의 해상 무력 도발로 연평도와 백령도 등 서해 5도에 대피령이 내려지고, 여객선은 전부 통제됐다.

북한의 추가 포 사격이 있었던 7일에는 기상 악화로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연평도로 향하는 배가 출항하지 못했다.

주민 황삼주(76)씨는 "평소 날씨가 안 좋을 때는 배가 뜨지 못한다. 우편도 다시 돌아오는 일이 빈번하다"며 "북한 도발 때 배가 없으면 (주민들의) 발이 묶인다는 게 가장 불안감을 키운다"고 푸념했다.

연평도 주민들은 해상교통안전대책추진위원회 활동을 통해 인천시와 옹진군 등에 섬 이동권 보장 대책을 요구할 계획이다.

해상교통안전대책추진위원회 박인환 위원장은 "여기가 고향인 주민들, 그리고 군인과 가족 등이 연평도를 함께 지키고 있다"면서 "인천시가 육상교통 지원 예산의 1%만 투입해도 연평도 주민들의 해상 이동권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평도/백효은·이상우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