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정책 희생양' 된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
수원서 여주로 옮긴 사회서비스원
주요직책 등 6명 퇴사 혼란 불가피
부작용 대책 없이 민선 8기도 강행
"북부로 옮기면 아이 돌봄 등 고충"
'새 둥지 튼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 떠나는 직원들'.
지난해 9월 1일 수원에 주사무소를 둔 경기도사회서비스원이 여주로 이전하면서 본부 소속 직원 6명이 짐을 쌌다. 수원에 있을 당시 본부 소속 31명 직원이 근무했던 것을 고려하면 약 20%가 회사를 떠난 것이다. 특히 인사과장·회계과장 등 주요 직책을 총괄하던 이들이 짐을 싸면서 안정적이던 경기도사회서비스원에 혼란이 불가피했다.
민선 7기 경기북부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을 이유로 경기도 산하기관 이전이 추진되면서, 애꿎은 직원들이 멀쩡한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경기도사회서비스원만의 문제는 아니다.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경상원)은 이미 이러한 과정을 겪었고 앞으로 이전을 앞둔 산하기관에서는 이직을 고민하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특히 소규모 기관일수록 퇴사에 따른 공백 혼란이 크다고 토로한다.
더욱이 경기북부특별자치도(경기북도)와 산하기관 이전이 충돌하는 상황에서도 민선 8기 역시 산하기관 이전을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인 데다, 경기도는 퇴사자 속출 등 산하기관 이전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대책이 없어 산하기관 직원이 경기도 정책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 그래픽 참조
8일 경기도와 경기도 각 산하기관, 경기도공공기관노동조합총연합(경공노총)에 따르면 현재 타 지역으로 옮긴 산하기관은 경기도농수산진흥원, 경상원, 경기도사회서비스원 등이다.
2021년 12월 양평군으로 이전한 경상원의 경우 주사무소 전체 직원의 약 10%에 해당되는 7명이 이전 이후 사직서를 제출했다. 퇴사자 대부분이 4~5급으로, 공백을 채우는 것은 남은 직원들의 몫이었다. 게다가 산하기관 이전에 대한 경기도의 주거비, 셔틀버스 지원기간(2년)도 지나 퇴사자가 더 발생할 우려는 남아 있다.
경기도농수산진흥원은 이전한 지역에 당초 별도 본부를 두고 있어 이러한 후폭풍을 피해갔다지만, 앞으로 이전을 앞둔 산하기관의 걱정은 커져가고 있다. 민선 8기에도 산하기관 이전을 이어간다면,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이천), 경기연구원(의정부), 경기복지재단(안성) 등 9곳이 이전 예정인데 이들 역시 경상원, 경기도사회서비스원과 같은 문제를 피해가긴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경기도여성가족재단, 경기복지재단 등 소규모 기관일수록 갑작스러운 공백에 따른 혼란은 불가피하다는 게 산하기관 직원들의 목소리다. 실제 이전을 앞둔 산하기관의 한 직원은 "아직 이전 일자가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았지만, 북부로 이전할 경우 집과의 거리가 너무 멀어져 아이 돌봄 등 문제가 생겨 이직이나 퇴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경공노총 관계자는 "기관규모가 큰 경우에는 퇴사자가 나오더라도 혼란이 크지 않지만, 소규모 기관에서 중간관리자급의 퇴사가 발생하면 그 공백을 채우기 쉽지 않다. 기관 운영 자체가 흔들리고 규모가 축소될 수밖에 없다"며 "산하기관 혼란을 발생시키고 경기북도 설치추진과도 충돌하는 상황에서 산하기관 이전을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기도는 경기도 정책으로 산하기관 직원들이 피해를 보고 있지만, 현황 파악은 물론 기존 이전 외 대책 마련에도 손을 놓고 있다. 여기에 김동연 지사는 경기북도 설치 의지를 강조했으나, 정작 산하기관 이전에 대해서는 경기북도 설치가 가시화될 때 논의한다는 상반된 입장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이전한 기관에 대해서는 기간 상관없이 이사 비용 지원과 이전 이후 2년간 셔틀버스, 주거비 지원을 하고 있다"면서도 "이전에 따른 퇴사 현황은 공식적으로 파악한 바 없고 이에 따른 별도 대책은 없다"고 했다.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