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道 임금체불 1조7천억 넘어
제재안 마련에도 현장은 '고심'
적당한 합의·취하에 악용 많아


경기도에 고액을 상습적으로 체불한 사업장이 가장 많고, 전국 기준 임금 체불액이 사상 최대치에 근접하는 것으로 조사(1월8일자 2면 보도=부당 체불 사업장 '전국 1등'… 경기도, 업종 안가리고 규모 커져)되자 정부가 엄정 대응 방침과 체불노동자 생계비 융자제도 개선 등 지원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노동계에서는 경제제재에서 나아가, 노동자가 사업주 처벌을 원하지 않을 경우 사업주가 기소되지 않는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하지 않고서는 실질적으로 임금체불액이 확대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8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노동당국은 지난해 기준 임금체불액이 1조7천억원을 넘어 사상최대치(2019년 기준 1조7천217억원)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되자 우선 임금체불 피해자 구제를 위해 체불생계비 융자 상환기간을 '1년 거치'에서 '1년 또는 2년 거치'로 연장하기로 했다.

노동당국은 아울러 정부가 지난해 발의한 '임금채권보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이 임금체불 발생을 막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개정안의 골자는 체불사업주의 융자를 확대해 자발적인 청산을 지원하는 한편, 대지급금을 상환하지 않는 사업주에 대해 신용제재를 가해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상습적인 임금체불자에 대한 경제제재를 지금보다 강화하는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까지 마련되면 체불을 막는 효과가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이자(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에는 고의·반복적으로 임금을 체불하고 청산할 의지가 없는 상습 체불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 외에 정부지원을 제한하고, 공공입찰 시 불이익을 주는 내용과 재직 노동자에게 미지급한 임금에 대해서도 지연이자를 부과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노동현장에서는 이 같은 정책의 필요성을 긍정하면서도, 임금체불에 대한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해야 근본적인 개선을 이뤄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임금체불 관련 진정을 신청한 노동자가 사용자와 적당한 합의를 하고 처벌 취하를 하는데, 이후 같은 사용자에 대한 체불 신고가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는 도내 한 근로감독관의 말처럼 현장에서 이를 악용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이와 관련 민현기(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노무사는 "처벌을 받지 않게 함으로써 급여를 빨리 지급하게 하자는 취지가 있지만, 반대로 체불자들이 시간을 끌고 '임금을 늦게 줘도 손해볼 게 없다'는 인식을 준다"며 "사실상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건 절도죄와 다름 없는 만큼 반의사불벌 조항을 없애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