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달 스마트폰 아닌 AI폰 출시
일상생활서도 AI 장착한 신무기 잇단 등장
AI 지침·규제 없어 '변화 예측불가' 우려
인류와 공존하는 세상 만들기 비전 되찾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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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환 서울대 객원교수·객원논설위원
지난달 초 오픈AI의 '반란과 실패'를 다룬 글을 쓴 이후로 오픈AI 수석과학자 일리야 수츠케버에 대한 자세한 소식을 접하지 못했다. 실패한 반란의 당연한 귀결이겠지만 그가 이사회에서 축출됐으며,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손을 내밀었다는 언론 보도가 전부다. 수츠케버가 테슬라로 옮겨가길 기대하는 소셜미디어 엑스(X)의 한 이용자 글에 머스크가 '아니면 xAI'란 댓글을 달았단다. xAI는 비영리에서 영리로 급격하게 기우는 오픈AI에 대항하기 위해 머스크가 창업한 생성형 AI 스타트업이다.

수츠케버의 근황 대신 접한 건 그의 스승으로서 AI 철학을 공유하고 있는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교수, 그리고 세계적 베스트셀러 '호모 데우스'의 저자인 유발 하라리 히브리대 교수가 최근 여러 언론과 가진 인터뷰 내용이다. AI의 대부로 불리면서도 AI의 위험성을 누구보다도 강력하게 주창하는 힌턴 교수는 전 지구적으로 논의 중인 규제 방안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AI의 이점으로 인한 개발 압력이 엄청나므로 실질적인 규제는 핵무기보다도 어렵다는 것이다. 하라리 교수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20년 뒤 인간사회의 변화를 전혀 예측할 수 없게 됐다고 우려한다. 인간의 예측을 벗어난 AI는 외계(alien) 지능에 가깝다고 했다.

두 사람의 말대로 AI의 진격은 거칠 것이 없어 보인다. 새해 벽두부터 AI의 단계를 끌어올리려는 가열한 시도들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올해 출시가 예정된 거대언어모델(LLM)만도 10개를 넘는다. LLM 판도를 바꿀만한 중요한 모델들도 포함돼 있다. 인간을 뛰어넘는 인공일반지능(AGI)의 단계로 성큼성큼 다가가고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인 IDC는 2027년 전 세계 생성형 AI 시장 규모가 현재의 10배인 1천50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최근 내놓았다.

일상생활에서도 AI를 장착한 신무기들의 등장이 잇따르고 있다. 어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4'의 화두는 '온디바이스(on-device) AI'다. 각종 전자기기에 적용한 AI를 통해 클라우드 없이도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삼성전자가 이달 출시하는 새로운 휴대폰은 이제 스마트폰이 아니라 AI폰이다.

윈도 PC의 새로운 키보드 출현은 이 모든 걸 아우르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올해 출시되는 자사 운영체계 기반의 AI PC부터 키보드에 자사 생성형 AI인 코파일럿(Copilot) 키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윈도 키로 시작 메뉴를 여는 것처럼 코파일럿 키로 곧바로 생성형 AI를 실행시킨다. 30여 년 전 키보드에 윈도 키가 추가된 이후 지금까지 기본 키보드 구성의 변경은 없었다.

지진해일과도 같은 AI의 진격에 황망해 하던 차에 또 하나의 '반란' 소식은 뜻밖이었다. 이번엔 유쾌한 반란이다. 지난 2일 미국의 13세 소년 윌리스 깁슨이 인류 최초로 테트리스의 마지막 판을 깼다. 단순한 게임이지만 인간 능력으론 불가능하다고 여겨져 온 최종 레벨에 도달했다. 40년 전 이 게임이 개발된 이후 AI를 제외하곤 처음이다. 레벨 157에서 화면이 멈추는 '킬 스크린' 상태가 되자 소년은 숨을 제대로 내쉬지도 못한 채 낮게 소리친다. "오, 오, 오 마이 갓!"

모두가 AI를 좇거나 아니면 AI에게 쫓기는 세상이다. 개발론자의 전망은 장밋빛 일색이고, 파멸론자의 불안은 세기말적이다. 지침도 없고, 규제도 없다. 그런 세상을 향해 13세 소년이 일으킨 반란은 즐겁다. 개량된 컨트롤러의 도움이 있었기는 하나 근본적으로 순전히 인간의 힘으로 이뤄낸 승리요, 성공이다. 수츠케버도 이 뉴스를 들었음직하다.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소년의 반란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얻길 바란다. 인류와 AI의 공존 가능한 세상을 열어 보이겠다는 자신의 비전을 되찾길 바란다. 그의 발길이 끝내 향하는 곳이 어딜는지 나는 여전히 궁금하다. 아무래도 그가 외계 지능의 침공을 막아낼 인류의 마지막 바리케이드 같아서이다.

/이충환 서울대 객원교수·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