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천 다문화가정 이해 '앞장'… 한국어강사 황수진씨


교육학과 석사… 소통 어려움 공감
아이들뿐 아니라 부모에도 큰 관심
다양한 의견 담은 자료 꾸준히 보충


사람톱 황수진 씨
인천에서 베트남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다양한 수업을 이어오고 있는 황수진씨. /황수진씨 제공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저 역시 언어와 문화를 잘 몰라서 힘들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제게 수업을 듣고 다문화가정에 변화가 생기는 것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낍니다."

인천 중구 월남촌과 중구가족센터 등에서 베트남어 수업을 하는 황수진(39)씨는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넘어온 결혼이주여성이다. 2022년부터 매주 중구와 미추홀구의 다문화센터 또는 마을을 찾아 베트남 다문화가정 자녀들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알려주는 수업을 이어오고 있다.

황씨가 이 일을 하게 된 것은 처음에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였다. 한국에 와서 할 일을 찾던 중 교육학과 석사과정을 마쳤고, 전공을 살려 한국어 강사가 돼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하지만 하루하루 강의를 하면서 베트남 다문화가정 부모와 자녀가 겪는 어려움에 공감했고, 지금은 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쉽게 한국어와 문화를 이해하도록 돕자는 마음이 더 커졌다.

황씨는 "처음에 한국에 와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한국의 문화와 언어를 알지 못해 힘들었는데, 다른 한국 가정은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치고 어떻게 생활하는지 관심이 생겨 더 공부했던 기억이 있다"며 "강의를 시작한 뒤 중도입국 자녀 등 많은 다문화가정 자녀를 만나면서, 혹시나 이들 부모에게도 나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까 해서 열심히 수업하고 있다"고 웃었다.

그래서인지 황씨의 수업은 아이들뿐 아니라 다문화가정 부모들의 관심도 크다. 단순히 베트남어와 한국어 등 언어만 알려주는 것이 아닌, 수업 틈틈이 두 나라의 다른 문화를 이해하도록 관련 설명을 곁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구가족센터 주말 수업이 있는 날이면 엄마가 아이들의 손을 잡고 방문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월남촌 사랑마을의 경우 아이들뿐 아니라 마을 주민들도 찾아와 수업에 참여한다.

황씨는 "처음에는 아이들이 왜 양쪽의 언어와 문화를 배워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부모의 의사소통이 어려운 가정도 있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더 빨리 배우고 싶다고 수업에 열정을 가지는 아이들, 집에서 직접 아이들을 가르쳐 보고 싶다며 수업 자료를 요청하는 엄마들도 있다. 이러한 변화를 보면 정말 뿌듯하다"고 말했다.

일에서 느끼는 보람이 큰 만큼 황씨는 앞으로도 시간이 되는 한 더 많은 곳에서 베트남어 다문화 수업을 계속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지금도 황씨는 강의를 듣는 다문화가정의 의견을 담아 자료에 꾸준히 내용을 보충하고,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공유하는 부모와 자녀의 어려움을 공감하는 역할에 힘쓰고 있다.

황수진씨는 "최근 인천에도 다문화가정이 많아지고 있는데, 특히 이제 새 학기를 시작하는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며 "지금 하는 일이 짧은 기간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내 수업이 서로를 이해하는 첫 단계부터 차근차근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