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불이익' 출산 문화 바뀐다
인천시 '지원 기조' 산하기관 동참
인사혁신처도 '다자녀 우대' 확대
한미글로벌·유한양행 등 파격 혜택
공공 앞서 민간기업 선제 대응도
'자녀 출산 = 승진 불이익'이란 등식이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깨지는 분위기다. 공공·민간 너나 할 것 없이 앞다퉈 '파격'으로 불리는 출산장려대책을 내놓고 있다.
자녀 출산으로 인한 불이익을 넘어 오히려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공공·민간의 인사정책 변화가 감지된다. '다자녀 특별승진' '출생 아동 1억원 지원' 등 상상으로만 가능할 것처럼 여겨진 여러 제도가 현실이 된 배경에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다.
인천시는 인천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이에게 18세까지 1억원을 지원하는 인천형 출생 정책 '1억 플러스 아이드림'을 지난해 12월 발표하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인천형 출생 정책은 기존에 지급되는 부모급여, 아동수당, 첫만남 이용권 등 7천200만원에 인천시가 천사 지원금, 아이 꿈 수당, 임산부 교통비 등으로 2천800만원을 지급하는 제도다. 극심한 인구 문제 속에 전국 평균에 못 미치는 인천 합계 출산율을 끌어올리려면 국가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도 합심해 출산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인천 합계출산율은 지난 2022년 기준, 0.75로 전국 평균 0.78보다 낮다. 인천은 대규모 택지개발, 기업 유치 등으로 순유입 인구는 늘어나는 추세지만, 출생 인구는 줄어들면서 자족도시로서 내실을 갖출 수 있는 출산율 제고 방안이 지속해서 나와야 하는 상황이다.
인천시 산하 공공기관인 인천관광공사도 인천시 기조에 동참해 출산지원제도를 도입했다. 인천관광공사는 지난달 셋째 자녀 출산 직원은 고과, 승진 연한 등 조건에 관계없이 차상위 직급으로 승진시키는 규정을 이사회 의결을 거쳐 마련했다. 셋째 자녀 특별승진은 전국 공공기관 중 처음으로 도입되는 제도다. 둘째 자녀를 출산한 직원은 평가급을 더 받을 수 있도록 성과 평가 시 가점을 주기로 했다.
인사혁신처는 최근 공직사회에서 자녀를 출산하거나 양육 중인 공무원에 인사상 혜택을 주는 제도 시행을 발표했다. 다자녀를 키우는 8급 이하 공무원이 승진 시 우대받고 미성년 자녀가 2명 이상인 공무원은 퇴직 후 10년까지 공무원 경력 채용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는 공무원 임용령 개정안이 지난달 통과됐다.
출산장려제도는 공공과 비교해 조직 운영, 제도 수립 측면에서 유연성이 있는 민간기업이 선제적으로 펼치고 있다.
한미글로벌은 가족친화제도를 앞장서서 도입한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 셋째 자녀 출산 시 특별승진, 결혼 시 주택구입 대출 1억원 지원, 난임 구성원 난임 치료·시술 비용 횟수 제한 없이 지원, 넷째 출산 시 1년간 육아도우미 지원, 안식휴가제도 등 출산장려제도를 약 20년 전부터 도입해 지속해서 확대해 나가고 있다.
지난 2022년에는 '기업이 인구회복의 길에 앞장선다'는 취지로 인구 정책을 연구하는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을 설립하기도 했다. 임직원 2천여명을 대상으로 한 출산장려제도 운영에 드는 비용은 연간 약 10억원으로, 인구 문제 해소 차원에서 본다면 크지 않다는 게 한미글로벌 설명이다.
한미글로벌 관계자는 "출산을 비용의 가치로 산정해선 안 된다는 게 경영진 철학"이라며 "회사에서 적극 가족친화 제도를 추진하면서 출산에 대한 구성원들의 인식, 조직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가족친화제도를 운영하는 유한양행은 자녀 1명당 출산축하금으로 1천만원을, 코리안리는 둘째 이상 다자녀 출산 시 1천만~3천만원을 지급한다. 이 밖에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업무시간 단축제, 자녀 교육비 지원 등을 시행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저출산·고령화 인구 정책을 총괄하는 정부 기구는 공공·민간의 파격적인 정책 시행이 저출산 추세의 사회 분위기를 전환하는 긍정적 촉매제로 작용하는 것으로 본다. 당장 제도 도입에 따른 변화를 체감하긴 어렵지만,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업무 환경을 조성하면 구성원의 결혼·출산 인식을 긍정적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김영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공공·민간에서 눈에 띄는 출산장려제도 도입은 출산이 '페널티'가 아니라 혜택이 되는 '베네핏'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상징적인 선언으로서 그 의의가 충분하다"면서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다양한 정책이 운영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