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학교자산 용도변경 쉬워져
직후 주민에 '철거' 내용증명 발송
다른 부지도 수익용 변경 진행 절차
의혹에도 학교측 "설명할 것 없다"


학교 인근 주민들에게 예고 없이 건물 철거를 통보한 수억학원(1월9일자 7면 보도=세금·규제 탓 아냐… 수억학원 '주민 내쫓으며' 말 못할 이유 있나)이 강제 퇴거 소송에 돌입한 시점이 교육부가 학교법인의 재산 규제를 완화한 직후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시점에 주민들이 거주하는 부지 외에도 다른 땅을 수익용으로 전환한 정황도 드러났다.

9일 파주시 문산수억중고등학교(이하 학교) 인근 주민과 법률대리인 등에 따르면 수억학원은 학교의 교육용 재산 부지에 사는 5가구(9명)에 지난 2022년 7월 강제 철거를 명령하는 내용증명 서류를 발송하고 다음 달인 8월 법원에 소장을 접수했다.

대상엔 학교 설립(1968년) 이전 지어진 건물들도 포함됐다. 학교가 들어선 뒤로도 수억학원에 토지사용료를 매년 내왔으나 주민들은 돌연 철거를 강행하는 배경 등은 듣지 못했다.

취재 결과 일련의 과정은 당시 교육부가 학교법인의 재산 관련 규제를 완화하도록 시행령을 개정한 직후 진행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는 앞서 지난 2022년 6월 사립대학 재정난 문제 대책으로 사립학교법인의 교지(땅) 등 유휴 교육용 재산의 수익용 용도변경 허가 기준을 대폭 완화했다. 이전까지는 학교자산의 공공성을 고려해 용도변경을 원하는 재산 시가만큼의 금액을 별도로 교비회계에 보전해야 했으나, 개정 이후로는 학교 운영에 지장이 생기는 경우 등이 아니라면 손쉽게 수익용으로 전환해 수익사업이나 재투자 등이 가능하도록 했다.

더욱이 비슷한 시점에 수억학원은 주민 거주 부지 외 다른 학교 땅을 수익용 재산으로 용도 변경하는 절차에 돌입하기도 했다. 실제 수억학원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지난 2022년 8월 열린 회의에서 이사회는 학교 인근에서 논으로 사용 중인 교육용 기본재산 875㎡(265평)를 수익용으로 용도변경하는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당시 회의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법원에 소장을 접수하고 5일 뒤 진행됐다.

결국 오는 2월 선고 결과에 따라 주민들이 강제로 퇴거하게 될 경우 수억학원은 토지를 수익성 목적으로 활용할 길이 열릴 것으로 관측된다. 더구나 지난해마저 규제 완화 범위가 확대되면서 수익적 활용도는 높아질 전망이다.

주민 측 법률대리인은 "여러 규제로 묶여 있던 교육용 재산을 수익용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 시점에 소송이 시작됐고, 뚜렷한 배경 설명도 없는 것으로 보아 토지의 수익성을 목적으로 퇴거를 강행하고 있는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수억학원 관계자는 "교육부 시행령 개정 시점과는 관련 없이 진행하는 것"이라면서 "소송 취지는 법원에 접수한 소장이나 의견서 등에 충분히 담겨 있고 다른 설명할 것은 없다"고 밝혔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