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도환중1 조감도
조합 측이 학교 문제와 관련해 조건부로 인가받아 놓고 착공후 말을 바꿔 문제가 되고 있는 성남 ‘도환중1구역’ 재개발 조감도. /성남시 제공

상업지역에 아파트 1천972세대 등 신축

교육환경평가서 입주 아이들 학교 문제돼

조합, 성남제일초 증축 59억 기부채납 제시

착공하면서 학교용지부담금으로 입장 바꿔

학부모들 “교실부족·아이들 모두 피해”

성남교육지원청 “이행독촉·공사중지 요청 검토”

성남 ‘도환중1구역’ 재개발 사업 시행자인 민간 조합 측이 교육환경평가를 받을 당시 인근 성남제일초등학교에 입주 예정인 학생들을 수용할 수 있도록 증축 비용을 기부채납 하겠다는 내용의 협약을 통해 사업시행인가를 받아놓고는 착공 시점이 되자 말을 바꿔 문제가 되고 있다.

학교용지부담금으로 대신하겠다는 것으로 학부모들은 교실 문제로 성남제일초 아이들뿐만 아니라 입주 아이들 모두 피해를 볼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고, 성남교육지원청은 협약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관련법을 적용해 인허가권자인 성남시에 공사 중지 등을 요청하겠다는 입장이다.

10일 학부모·성남시·성남교육지원청 등에 따르면 ‘도환중1구역’ 재개발은 민간 조합이 당초 상업지역이었던 중원구 중앙동 912번지 일원 6만7천233㎡ 부지에 아파트 1천972세대, 오피스텔 240세대, 상가(1만9천495㎡) 등을 짓는 사업이다.

지난 2019년 3월 사업시행인가가 났고 당초 사업 기간은 지난해 12월까지였으나, 보상·이주 등의 문제로 지체되면서 오는 2027년 8월까지 연장됐다. 조합 측은 지난해 말 성남시로부터 변경 승인을 받은 이후 이번 달부터 터파기에 들어가는 등 본격적으로 공사에 착수한 상태다.

사업시행인가 당시 성남교육지원청은 교육영향평가를 진행하면서 향후 발생할 학생 수요를 사업대상지 인근의 성남제일초가 수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조합 측에 책임 있는 대책 및 해결을 요구했다. 이에 조합 측은 당시 사업비 기준으로 59억원을 성남제일초에 기부채납해 급식실과 교실 12개를 지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협약서를 제시했고, 성남교육지원청과 성남시는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공사가 본격화되자 조합 측이 말을 바꿔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성남교육지원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협약 이행 및 사업비 변경에 따른 기부채납액 변경 등을 위한 협의를 조합 측에 수차례 요구했다. 이에 대해 조합 측은 ‘학교용지부담금으로 변경하자’는 공문만 보내고 협의에는 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모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성남제일초 김유미 운영위원장은 “주변 개발 등으로 올해도 입학생이 늘어났다. 약속한 증축이 이뤄지지 않으면 입주자 아이들을 수용할 수 없게 되고 아이들 모두가 피해를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성남제일초는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로 선정돼 조만간 설계 및 공사가 예정돼 있다. 학부모들은 이에 따라 기부채납 건물도 같은 시기에 진행돼야 아이들 안전과 학습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성남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협약은 교육환경평가·사업시행인가 조건이었다.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사안으로 기부채납금액 변경 및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선정에 따른 증축 건물 위치에 대한 협의를 계속 요구하고 있다”며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학교용지법에 따라 성남시에 공사 중지를 요청하고 사후교육환경평가 제출도 명령할 것이다. 이럴 경우 사업인가 자체의 법적 효력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성남시 관계자는 “이미 협약과 관련한 협의가 완료됐어야 한다. 조합 측에 협약 이행을 지속적으로 독촉하고 있다”며 “끝내 이행하지 않으면 공사가 완료되더라도 사용승인을 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조합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했지만 조합장은 “지금은 통화할 내용이 없다”며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