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내집 정원같아 지킴이 자처
공용화장실·세족장 등 시설 부족
비양심적 견주 존재 신경쓰이나
닿는만큼 느는 집 크기 '사는 기쁨'
공원 이야기로 새해의 포문을 열었으니 평소 하고 싶었던 얘기를 마저 하고 넘어 가야겠다. 정작 이 공원에 공용 화장실이 없다. 공원과 보행도로 하나를 끼고서 대학교 캠퍼스와 여자고등학교가 위치해 있고, 반대편 대로변에 즐비한 고층 건물의 업무시설과 오피스텔이 있어서 외부활동이 자유로운 계절에는 대학생, 직장인, 인근 주민들의 사용빈도가 높은 공원인데 공용 화장실이 없다보니 노상방뇨를 할 수밖에 없다. 더욱 가관은 공원 관리의 책임이 있는 자치구 시설안전관리공단 직원들과 도우미들이 공원 관리 차 업무를 수행하러 나왔다가 배뇨 문제로 다급해지면 눈치껏 노상방뇨를 한다는 점이다. 그런 꼴을 보며 걷자니 서로가 무안하여 눈이 마주치지 않게 시선을 돌리게 된다.
공원에 기본적인 시설인 공용 화장실조차 없으니 맨발걷기 장소의 필수 시설이랄 수 있는 세족장이 이 공원에는 있을 턱이 없다. 우리가 사는 집은 공원의 지척이라 집에 가서 발을 씻는 것으로 대처하지만 외부에서 이 공원에 맨발걷기 차 찾아오는 이들은 심히 불편을 느낄 게 뻔하다. 관청 민원접수가 지름길임을 아는 집사람은 동네 이웃과 함께 자치구 시설안전관리공단을 직접 방문하여 공용 화장실의 필요성과 세족장 설치에 관해 충분히 설명하고 돌아왔다고 한다. 그 시점이 차년도 예산안이 정해진 이후였으니 그 결과가 언제쯤 가시화 될지는 모를 일이다.
공용 화장실 얘기를 꺼냈으니 이 또한 마저 하고 넘어 가야겠다. 맨발걷기 중에 거의 매번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 나선 주민들을 보게 된다. 공원지킴이가 된 우리 부부의 시선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견주들의 손으로 향한다. 배설물 수거용 비닐봉지가 들렸나를 보는 것이다. 그리고 비닐봉지를 손에 든 견주와 마주치게 되면 집사람은 먼저 고맙다고 인사를 전한다. 반려견 배설물 수거 비닐봉지를 손에 든 사람들이라면 그나마 개똥 투기를 하지 않겠지 하는 기대심으로, 더러는 저들에게 우리가 지켜보고 있다는 경각심을 갖도록 계도하는 의지를 담은 인사다. 그렇게 해도 공원엔 개똥과 배설물이 든 비닐봉지 투기가 줄어들기는커녕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동네 공원을 반려견 노상 화장실 또는 쓰레기장으로 여기는 비양심적 얌체 견주들이 많기 때문이다. 공원 곳곳에 '불법 개똥 투기 금지' 팻말과 현수막 설치로 지속적인 관리가 돼야 하겠다. 역시나 이것도 민원 접수가 상책이겠지.
우리 부부는 맨발걷기를 하면서 얻은 것이 많다. 첫째는 늘려서 사는 삶의 재미다. 정해진 집 면적에 갇혀서 전전긍긍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걸어서 닿는 만큼 내 집이 될 수 있다는 포만감으로 사는 기쁨이다. 자동차로 이동하면서는 가질 수 없는 환희다. 둘째는 돈 한 푼 안 들이고 동네 공원을 우리 집 정원으로 사용하고 있음이다. 마음만 먹으면 몇 천 평짜리 공원 몇 개는 내 집 정원의 목록에 넣어놓고서 계절 따라 분위기 바꿔가며 살아갈 수 있다. 셋째는 사는 집의 면적이 커진 만큼 이동 간에 관리하며, 운동하며 덤으로 얻는 건강이다. 백세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하는데 사람들은 집 안에 박혀서 살거나, 집을 나서면 너나없이 자동차 안에 머문다. 그런 삶의 행태로 건강이 좋아질 리 만무하다.
/전진삼 건축평론가·'와이드AR'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