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이 지난 9일 국회를 통과했다. 무려 특별법이다. 모든 동물의 식용이 가능하다는 일반법이 생긴다 해도, 개만은 안된다고 특별법으로 대못을 박은 것이다. '개 식용 금지법'은, 조금 허풍을 보태자면 반만년 한민족 문화를 종식하는 역사적인 법안이다. 개 식용이 농경민족의 주된 단백질 공급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과장만은 아닐 테다.
입법의 배경은 정승집 개가 죽으면 문상가는 권력의 본성이다. 반려견을 기르는 인구가 1천만명이다. "감히 개를 먹어?" 1천만 유권자가 표를 흔들며 정승처럼 눈을 부라리니, 정당들이 앞다투어 꼬리를 살살 쳤다. 2021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개 식용 금지를 신중히 검토할 때가 됐다"며 신호탄을 쏘아올리고,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임기내 식용 금지"를 강조하자, 여야가 반려인 유권자 눈에 들려 경쟁적으로 개 식용금지 법안을 만들어 결국 합의 처리에 이른 것이다.
유전자에 각인된 입맛을 법으로 금지하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 특별법이 육견 소비가 아닌 생산·유통의 원천봉쇄에 주력한 배경일 테다. 육견산업 종사자들에겐 청천벽력이다. 특별법이 통과되면 용산에 개 200만 마리를 풀겠다고 극렬하게 반발할 정도였다. 이들의 생계 보장이 특별법 안착의 관건이다. 전국 개농장의 육견 52만 마리의 처지도 다급해졌다. 법에 의해 도살의 위협에서 벗어난다 해도, 입양하고 관리할 새주인과 시설이 충분한지는 지켜볼 일이다. 법 시행 이후 성행할 밀도살은 끊임없는 기본권 논란을 야기할지 모른다. 특별법 시행 3년 유예 기간 동안 산더미 같은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또 다른 논란과 혼란과 비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준비과정이 섬세해야겠다.
개 식용 금지 논란 당시 본란(2021년 10월 7일자 보도)은 "개인의 기호와 취향인 음식문화를 법으로 간섭하는 일이 옳은지 의문"이라는 견해를 남겼다. 개 식용을 반대하고 혐오하는 사회문화적 추세로 자연스럽게 종식될 비주류 식문화에 굳이 법적 종식을 선언할 이유가 있나 싶었다. 그래도 법은 법. 승복하고 준수해야 한다. 다만 이, 삼십년 후 정도면 사문화된 '개 식용 금지법'이 오히려 개 식용 문화를 기억하는 연관 검색어로 남을 듯한데, 그것은 그것대로 의미가 있겠다 싶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