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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된 한 아파트 입주민의 민원내용이 뉴스를 탔다. 입주민은 "무거운 짐이나 장바구니를 양손 무겁게 들고 있는 상태에서는 아파트 입구 번호를 누르는 게 너무 힘들다"며 "경비실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알아서 입구 문을 열어주셨으면 한다"고 민원을 제기했고, 관리사무소는 "경비원 교육을 잘 시키겠습니다"라고 답변했다.

제목이 '요즘 아파트 경비원들이 욕을 먹는 이유'인데, 오히려 입주민에게 역풍이 불었다. 비판 댓글들이 잇달았다. "경비원이 머슴도 아니고 어지간히 하라." "경비원이 호텔리어냐." "호의로 해주면 그게 당연한 줄 안다." 입주민의 민원을 갑질로 본 것이다. 실제로 "전에 계셨던 경비 아저씨는 알아서 문도 열어주셨는데 이번 경비 아저씨들께서는 그런 센스가 없다"는 입주민의 불만엔 갑질의 향기가 물씬하다.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입주민 갑질은 망조 든 사회의 대표적 병리현상이다. 용역업체 계약직이 대부분인 고령 노동자들에게 입주민 전체가 갑이다. 전국 가구의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거주한다. 천박한 인격의 갑질 가해자들이 속출하는 구조다. 2020년 서울 우이동 한 아파트 경비원이 주민의 폭언·폭행 갑질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사회 문제가 됐지만, 이상행동 입주민들의 갑질 사건들은 끊이질 않는다.

인천 서구 가정동 하나3차아파트 입주민들이 5명의 경비원을 위해 휴게실 3곳을 리모델링했다고 한다(1월 9일자 6면 보도). 예전 휴게실은 나무판자로 출입구를 가리고 장판도 없는 시멘트 바닥이었다. 공용화장실에서 설거지를 했다. 경비원들의 실상에 놀란 274가구 입주민들이 84%의 찬성 투표로 창고를 완벽한 휴게실로 바꾸어 주었다.

따뜻하다. 갑질의 악행이 워낙 도드라져서 그렇지, 전국 아파트 입주민 대부분이 하나3차아파트 주민들과 다르지 않을 테다. 경비원들은 "입주민들의 마음에 보답해 더 열심히 일하겠다"고 다짐했단다. 을이 행복할 때 비로소 갑이 편안해지고 공화국은 안전해진다. 인천 하나3차아파트 시세는 모르겠다. 하지만 전국에서 가장 살만한 가치가 있는 보금자리라 자부해도 전혀 민망하지 않겠다.

/윤인수 주필